“나는 내가 제일 잘 알아” vs “경영은 역시 힘들어”

지난 17일 인터넷에는 ‘1인 기획사’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강지환


배우 강지환이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어느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저 혼자 1인 기획사를 설립해 작품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실행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강지환은 현재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떠들썩하게 법적 공방 중이다. 그런 그가 이제 자기가 직접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도대체 ‘1인 기획사’가 뭔지 새삼 관심이 쏠린 것.

1인 기획사는 한류 붐을 타고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겨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없어지기도 했다. 1인 기획사의 명암이 있다는 얘기다.

◇배용준.이병헌에서 출발..탄탄한 고정 수입원 있어야 = ‘1인 기획사’는 말 그대로 연예인 한 사람만을 위한 회사이자, 바로 그 연예인이 설립한 회사를 지칭한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상비가 들기 때문에 자연히 안정적인 수입이 없으면 1인 기획사를 꾸려나갈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주로 고정적인 수입원이 있는 한류스타들이 1인 기획사를 차린다.

1인 기획사의 효시도 최고의 한류스타인 ‘욘사마’ 배용준에서 출발했다. 그는 ‘겨울연가’로 얻은 폭발적인 인기를 발판 삼아 2004년 1인 기획사 키이스트를 차렸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를 상대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쳐나갔다.

배용준은 이후 소지섭, 이나영 등을 차례로 영입하며 여느 중대형 기획사와 같은 규모로 회사를 확장시켜나갔고, 그럼으로써 자신만을 위한 회사가 아닌 본격 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도 그는 이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 혹은 ‘결정권자’ 역할을 이어갔다. 계약관계에 따라 회사의 지시나 방침을 따라야 하는 소속 연예인의 입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뵨사마’ 이병헌도 2006년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딴 B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키이스트와 마찬가지로 배수빈, 진구, 한채영 등이 초기부터 합류해 이병헌만의 회사는 아니었지만 BH엔터테인먼트 역시 결정권자는 다름 아닌 이병헌인 것이다.

류시원도 1인 기획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일본에서는 가수 활동으로 연 100억 원 이상의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는 그는 자신의 회사 알스컴퍼니를 통해 류시원이라는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며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근석, 최지우, 김태희, 소지섭, 정우성, 송승헌, 장나라, 장서희, 유재석, 김명민, 고현정, 윤은혜, 김윤진, 서인영 등도 1인 기획사를 통해 스스로 결정권자가 돼 자신의 연예활동을 설계하고 있다.

1인 기획사는 많은 경우 연예인의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부모는 물론이고 형제, 자매, 형부 등이 이들 회사의 대표나 이사, 감사 등으로 등록돼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그로 인해 1인 기획사가 연예인 가족 전체의 생계를 책임지기도 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나” = 이러한 1인 기획사가 설립되는 이유는 크게 수익 분배와 의사 결정권 때문이다.

연예인의 수입이 많아질수록 회사와 나눠 갖는 몫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연예인이 스스로 회사를 차리면 수익 분배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의사 결정권이 연예인 자신에게 있다는 점 역시 연예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대부분의 기획사에서도 연예인의 인기에 비례해 그의 의사를 존중해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회사에 소속된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해관계나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원치 않는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는 한다.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면 자신의 활동은 온전히 자신이 결정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1인 기획사가 잇달아 설립되는 것.

지난해 초 중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1인 기획사 장루이시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장서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회사를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가 자신을 가장 잘 알지 않나?”라며 “그런 차원에서 배우로서 발전할 길을 내가 주도적으로 개척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더하우스컴퍼니엔터테인먼트를 차린 윤은혜도 한 인터뷰에서 “기존 소속사에 속해 있을 때는 하고 싶지 않은 작품에도 출연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대로 작품을 고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가수 겸 탤런트 노민우는 지난해 12월 어머니와 함께 MJ드림시스를 차렸다.

그의 어머니 오민정 씨는 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노민우의 성장과 활동을 지켜봐 오면서 안타까운 점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기존 회사에서는 노민우가 가진 색깔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엄마로서 노민우가 원하는 방향대로 밀어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게 있을까”라고 밝혔다.

◇”경영은 역시 힘들어”..다시 소속사 찾기도 = 지난해 9월 장동건은 자신이 운영해오던 에이엠이엔티를 접고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SM C&C로 들어갔다. SM C&C가 장동건의 회사를 흡수합병하는 형식이었다.

장동건은 지난 수년간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현빈과 신민아 등 후배 스타들을 키우는 등 회사를 튼실하게 꾸려왔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결국은 경영이 힘들어 다시 소속사를 찾아 계약을 맺게 됐다. 온전히 ‘배우’로 돌아간 것.

어찌 됐든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상비가 발생하는 데다 단순히 기획사의 소속 연예인으로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각종 ‘비용’들이 상당히 발생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매니저들은 입을 모은다. 자유에 따른 의무와 책임이 생각보다 큰 것에 많은 연예인이 놀란다는 것이다.

전지현, 김래원 등이 자신의 1인 기업을 접고 신생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것도 같은 이유.

지난해 아버지와 함께 서인영컴퍼니를 세운 서인영은 한 인터뷰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잘못했나란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를 차려보니 돈 들어가는 곳도 정말 많고 매니저들도 다 관리해야 하니 힘들더라. 약간 버겁기는 하다”며 “다행히 사업을 해보신 아버지가 돈 관리 등 꼼꼼한 문제는 해결하신다”고 밝혔다.

연예계에서는 1인 기획사의 성공 요건으로 전문성과 비용에 대한 각오를 꼽는다.

포레스타엔터테인먼트의 배경렬 대표는 “주먹구구식 가족 경영으로는 절대 회사가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연예인들도 조금만 시간 지나면 금방 알게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인력을 영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배 대표는 “회계사, 경영인 등 전문가들이 움직여줘야 회사가 체계적으로 돌아간다”며 “연예인이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연예활동도, 회사 운영도 제대로 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런 인건비에 감가상각비, 판공비, 세금 등 각종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그런 비용에 대한 각오가 없으면 회사 운영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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