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어페어’를 왕실 치정극으로 본다면 영화를 반만 읽은 것이다. 역사에서 진실을 구하는 ‘로얄 어페어’는 역사 교육 측면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겉보기에 왕비로서 화려한 삶을 사는 캐롤라인은 결혼하기 전부터 자유를 박탈당한 인물이다.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읽고 싶은 책조차 빼앗기며 살았던 그녀는 스트루엔시와 만나는 순간 영혼의 탈출구를 얻는다. 루소와 볼테르에 심취한 그는 그녀에게 계몽주의 사상을 알려주고, 비로소 눈을 뜬 그녀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윽고 그녀는 스트루엔시가 왕과 함께 개혁의 물결을 일으키도록 돕는다. ‘로얄 어페어’는 혁명적인 사상을 지닌 남자와 운명적으로 만난 왕과 왕비의 이야기다.
시대를 앞서 간 자의 꿈이 대개 그러하듯 스트루엔시의 개혁은 실패한다. 그리고 처형당한다. 처형당하기 직전, 모여든 군중을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못다한 사랑으로 흐르는 눈물은, 한편으로 민중의 배신이 초래한 것이기도 하다. 위험한 사상이라고 떠드는 자들에 맞서 그는 예방 접종을 확대하고 검열과 태형제도를 폐지하고 보육원을 설립하고 출판이 자유롭게 이끌었다. 종래엔 민중도 등을 돌렸음을 기억하면서도 ‘로얄 어페어’는 그 시기의 역사를 실패한 꿈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스트루엔시와 캐롤라인의 꿈은 부활한다. 농노제가 폐지되고 소작농의 해방이 실현되면서 덴마크는 구시대에서 벗어날 기반을 마련한다. ‘로얄 어페어’는 비극으로부터 개혁의 희망을 배우는 것으로 역사를 해석한다. 일시적으로 시간이 퇴보할지라도 역사의 거대한 물결은 진보로 향한다. 27일개봉.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