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결’-‘무도’ 이어 ‘놀러와’까지 … 파업PD들 분노

MBC 예능본부가 잇따른 폐지설에 흔들리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연이어 폐지설에 휩싸이면서 파업 중인 예능PD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달 30일에는 장수 토크쇼인 ‘놀러와’의 폐지설이 대두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놀러와’의 폐지설은 명백한 오보다. 이에 앞서 보도된 ‘우리 결혼했어요’의 폐지설은 자회사 MBC뮤직 쪽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당시 ‘우리 결혼했어요’의 결방이 장기화되면서 MBC 사측이 MBC 뮤직의 제작물인 ‘그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대체편성을 요구하며 “시청자 반응이 좋으면 정규편성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언급했다는 이야기가 방송가에 암암리에 떠돌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놀러와’의 폐지설 역시 이같은 과정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결국 파업 장기화로 예능PD들이 제작현장을 떠나자 사측이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외주제작사 프로그램들을 대거 편성에 끼워넣으면서 그 과정에서 오가는 말들이 소문을 양산한 것.

MBC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대체 편성되더라도 시청률이 잘나오면 외주제작사 작품이 정규편성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라며 “편성본부 쪽에서는 ‘가능성’을 언급했을 뿐인데 외주제작사 측이 곧이곧대로 듣고 언론에 흘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MBC 예능 본부 내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파업 중인 예능PD들은 자식같이 소중한 프로그램이 점차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램 폐지설까지 기사화되며 PD들의 투쟁의지를 흔들고 있다.

파업에 동참한 한 예능PD는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출연 연예인들에게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겠나. 제작진을 대신해 부장급들과 일하는 작가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굴뚝같다. 월급도 석달째 끊겼다”라며 “하지만 사측의 징계를 받아 해고된 노조원들을 보면 파업을 계속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예능PD는 “회사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PD에게 통보도 안한 채 프로그램을 폐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현재 MBC는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100일에 접어들면서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이 제작차질을 빚은지 오래다. 주말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13주째 결방되고 있으며 한 때 임원회의에서 폐지설이 오갔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다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MBC가 자사 프로그램을 대신해 대체편성한 외주제작물은 모두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케이블에서 호평을 받았던 ‘그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우리 결혼했어요’를 대신해 대체편성됐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30여 년만에 처음으로 외주제작한 ‘우리들의 일밤’은 3%미만의 굴욕적인 시청률을 맛봤다가 국장급 PD인 김영희PD가 연출한 ‘나는가수다2’가 부활하며 오랜 침체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결국 시청자들이 바라는건 단순히 시간을 떼우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MBC다운 색깔을 띈 프로그램이라는 게 증명된 셈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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