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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와 장근석(오른쪽)이 화사한 의상을 입고 다정하게 커플 포즈를 포즈를 취하고 있다.<br>스포츠서울
윤아와 장근석(오른쪽)이 화사한 의상을 입고 다정하게 커플 포즈를 포즈를 취하고 있다.<br>스포츠서울
윤아와 장근석(오른쪽)이 화사한 의상을 입고 다정하게 커플 포즈를 포즈를 취하고 있다.<br>스포츠서울
윤아와 장근석(오른쪽)이 화사한 의상을 입고 다정하게 커플 포즈를 포즈를 취하고 있다.<br>스포츠서울
윤아가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br>스포츠서울
장근석<br>스포츠서울
되돌아갈 수 없는, 그래서 더 애틋한 시간이 있다.



유신치하의 1970년대, 국민의례와 복장단속이 횡행하던 그 시절의 아련한 첫사랑이 KBS2 월화극 ‘사랑비’를 타고 찾아왔다.

한류화제작 ‘겨울연가’(2002) 윤석호 PD의 6년 내공이 묻어나는 ‘사랑비’는 70년대에 바치는 순정한 애가로 포문을 열었다. 주고받는 대사 대신 섬세한 영상이 감정을 담아내고, 붉은 노을과 까만 밤하늘, 소나기와 봄볕이 고스란히 담긴 화면이 화면을 가득채웠다. 정통 멜로드라마의 미학을 극대화하면서도, 한층 세련된 영상미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진초록 아이비가 담장을 이룬 대학교정에서 미대생 인하(장근석)와 가정대생 윤희(윤아)는 처음 만나고, 갑작스런 비가 쏟아지던 날 함께 우산을 쓰고 걸으며 사랑에 빠진다. 대지를 적시는 빗소리, 쿵쾅쿵쾅 뛰는 심장소리, 속눈썹까지 또렷이 떠오르는 그 얼굴. 누구에게나 생생한 첫사랑의 기억이 농밀한 영상으로 증명사진처럼 살아난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포개듯 섬세한 영상의 조합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10대는 물론이고 20~30대에게도 생소할 70년대의 시대상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대학교정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갑자기 모든 사람이 정지동작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장면이나, 경찰이 여성의 치마길이가 짧다며 복장단속을 하는 장면, 뎅뎅 소리를 내며 정류장에 멈추는 전차, 영화 ‘러브스토리’와 책 ‘어린왕자’ 등 그 시절을 규정짓는 추억의 장면장면들이 눈길을 끌었다.

70년대식 사랑을 담담하고 느린 호흡으로 담아낸 윤 PD의 시도는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너무 쿨하고, 너무 꼬이고, 너무 뜨거운 사랑이야기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사랑비’는 그 순수함으로 쉼표를 찍어줬다. 봄비처럼 청량하고 산뜻하게.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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