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동원(24)이라는 아름다운 남자한테 숱한 여심이 흠뻑 취해 버렸다. 영화와 드라마, CF를 통해 그의 매력을 한모금이라도 맛본 이들은 ‘하트 무늬’ 눈빛으로 연인, 오빠, 동생의 자리에 그를 대입시켜보곤 했다.
SBS TV 드라마 ‘매직’에서 독특하고 감각적인 패션을 선보이고 있는 강동원<br>연합뉴스<br>


2005년 첫 ‘킹카사냥’의 주인공은 특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킹카목록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그런데 결론은 싱겁게 났다. 2004년 영화계 신인상 3관왕(대한민국 영화대상, 영평상, 디렉터스컷상)을 석권한 강동원이야 말로 단연 ‘킹카중의 킹카’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환상을 깨겠다는 속셈도 있었다. 신비감이 사라지면 그에게 취했던 마음도 가실 터였다.

모처럼 스케줄이 빈 한가한 오후 서울 청담동의 블룸이란 카페에 강동원이 세수만 한 맨얼굴로 나타났다. 앉자마자 배고프다며 수줍게 ‘우리 밥 먹어요’란 말부터 건넨 그는 서슬퍼런 눈빛으로 활을 쏘려던 두 사냥꾼을 단박에 무장해제시켰다. 두 기자는 ‘푼수’끼를 한껏 발동해 말을 붙였지만 강동원은 내내 소리 없는 눈웃음으로 차분하게 화답했다. 짧지만 또렷한 대답에는 예쁜 생각이 가득했다. 그의 대학 선배인 카페 사장은 ‘바보 같은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강동원을 정의했다. 장시간 얘기를 나누면서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을 들며 아찔한 미소를 날리던 미소년의 모습은 그가 보여준 매혹의 한자락에 불과함을 확인했다. 취기를 걷어내겠다고 덤볐다가 오히려 만취해 헤롱거릴 수 밖에 없었다.

정리 조재원기자 jone@

이혜용(아래 이)-지난해 무척 행복했겠다. ‘늑대의 유혹’(7개월 개봉)을 기점으로 인기가 팍 솟구쳤다. 갑작스러운 열기에 어리둥절해하지는 않았나? (실눈을 뜨며)솔직히 우쭐했을 것 같은데….

‘늑대의 유혹’ 개봉 당시 부산에서 무대인사를 하는데 정말 사고가 나는 줄 알았다. 건물에서 극장 밖을 내다 보는데 수천명이 가득 모여있었다. ‘왜 그러지?’하며 신기해 했다. 그냥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기분 좋다. 그밖에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데…. 아, 맞다. 지난 연말에 여기 저기 모임에서 오라고 부르더라. 옛날에는 한 군데도 없었는데…(웃음).

조재원(아래 조)-사람들이 당신을 왜 좋아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연기자로서 가진 유일한 재능은 집중력 밖에 없는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주위에서 불러도 모를 만큼 어떤 것을 좋아하면 미치도록 빠져들었다. 실제로도 귀엽다든지 자상할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사실은 무뚝뚝하고 무심하다.

조-(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무슨 소리? 귀여운 것 맞다! ‘늑대의 유혹’의 그 우산 장면을 보라.

그 장면을 보면 남자들이 왜 나를 싫어하는 지 알겠다. (팔을 손으로 벅벅 긁으며)볼 때마다 나도 소름 돋는다. 옛날 친구들은 ‘재수없다’고 욕한다(웃음).

이-(강동원의 꾸밈없는 말투가 재미있어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고 웃고 있는 조기자를 꼬집으면서 억지로 웃음을 참은 뒤)여자 친구에게는 어떤 남자인가?

특별한 날에도, 보통 날에도 잘 해주지 못하는 남자다.

조-지난 얘기지만 STV ‘매직’에서 당신의 배역(강재)이 참 흥미로웠다.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유혹남’이란 특징이 신선했다. 나중엔 무지 불쌍하기도 했고….

‘매직’은 다시한번 잘 해보고 싶은 드라마다. 연기자들과 팀워크가 잘 돼 아주 좋았다. 처음엔 연기에 많이 헤맸는데 나중에는 푹 빠졌다. 이런 얘기 좀 민망하지만 지금도 ‘강재’를 생각하면 (가슴에 손을 대며) 여기가 아프다. 여자를 유혹하는 연기는 어색해하지 않으려고 이를 앙 물고 했다.

조-‘매직’ 얘기 나오니까 생각났다. 그 진한 키스신(상대역 정소영). ‘늑대의 유혹’ 때 인터뷰하면서 조한선한테 어떻게 뽀뽀 연기를 잘 하느냐고 놀리지 않았었나?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웃음).

그냥 처음에는 살살 했는데 감독님이 세게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됐다. 방송날 우리 집에서 마침 (조)한선이랑 그 장면을 봤는데 한선이가 충격을 받아 ‘으아아악’하고 괴성을 질렀다.

조-‘매직’에 출연할 당시 초반에 몇몇 구설수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안다.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말이 나돌 때 속상했다. 지금도 그 일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난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잘 살려고 할 뿐인데, 왜 그러나 싶었다. 당시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라’는 (김)제동이 형 말이 힘이 됐다.

이-다 스타가 겪는 ‘성장통’같은 거다. 사람들이 강동원의 눈에 슬픔이 있다고 한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영화 ‘형사 : 더 듀얼리스트’(이명세 감독)의 배역 이름도 ‘슬픈 눈’이다.

음…. 슬픔, 외로움 같은 정서는 좀 안다. 얼굴에 그늘이 많은 것은 좋지 않지만, 슬픔을 가슴에 묻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학교 때 하늘만 바라보며 한없이 슬픔에 빠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잘 극복했고, 지금은 매사 긍정적이다.

조-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었나? 돈인가? 사랑인가? 뭔가?

돈 욕심은 없다. 그냥…여러 가지로….

이-자아가 강해 차돌 같은 줄 알았는데 여린 구석도 있다. K1TV ‘병원 24시’류의 프로그램 보고 울기도 하고 그러는가?

그런 프로그램은 아예 못 보겠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조-아이고, 갑자기 내 마음도 아파진다. 딴 얘기 해야겠다. 강렬한 외모를 지녔다. 어느 부분이 특히 자신있는가?

허리 아래는 다. 그 위는 좀 부실하다(웃음). 사실 예전에는 외모에 자신있어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칭찬, 걱정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기로 외모를 극복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이-양다리를 걸쳐 본 적이 있나?

난 못한다. 그럴 수 있다는 것,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쉽게 변하는 것도….

조-마지막으로 딴지 한번 걸어보겠다. 영화 ‘형사~’의 배경이 조선시대인데 한복 차림이 과연 어울릴까 싶다.

(휴대폰에 저장해놓은 영화 속 모습을 보여주며)요즘 촬영장에 가는 게 행복하다. 어떤 영화가 나올 지 나도 무지무지 기대하고 있다.

이·조-(강동원의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액정화면을 뚫어져라 보며)헉! 이게 사람의 모습인가?

(비공개여서 구체적인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사진에는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 환상적인 장발의 강동원이 있었다. 아마 이 모습이 공개되면 많은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정리 조재원기자 j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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