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당신이 크리스마스에 싱글인 이유/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당신이 크리스마스에 싱글인 이유/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입력 2019-12-24 17:40
업데이트 2019-12-2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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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기념일이자 연인들의 기념일이다. 누군가는 연인들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고, 누군가는 방구석에서 한탄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고민해야 하는 법. ‘나는 왜 올해 싱글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커플이 아닌 싱글인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누구나 자기만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외모, 돈, 시간. 많은 이유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싱글인 상태가 만족스럽고 편안해서 연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커플이 되고 싶지만 다른 이유로 인해 연애를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생각을 조금 확장하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나의 균형 상태는 무엇인가. 균형 상태라고 하면 다른 상태로 넘어가지 않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이다. 연애를 안 하는 사람들은 싱글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커플 상태로 나가려고 하지 않으니 보통은 싱글 상태가 균형이다. 반면 싱글 상태가 균형이라도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커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커플이 균형 상태라면 지금 싱글일지라도 본인이 이성적인 매력이 있어서 커플이 될 기회가 더 자주 찾아오고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커플 상태가 균형인데 우연히 파트너와 맘이 잘 맞지 않아서 깨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싱글 상태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가 다시 커플로 곧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주변의 다양한 요인들이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못 하는 사람의 균형 상태가 어디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 사람의 연애 역사를 통해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 예측은 한계가 있다. 정말 인기 많고 연애 세포가 살아 있는 사람이라도 매번 극적인 이유로 연애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한 사람이 소개팅이나 연애 시도를 수십, 수백 번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연애 성공률과 연애 기간은 그 사람의 연애 능력으로 수렴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자주 도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연이나 외부적인 요소가 상당한 영향을 준다.

크리스마스에 잠시 시간이 남아 이 글을 본 커플들에게도 질문해 본다. 지금 본인이 커플인 것은 자신이 커플이 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여러 우연이 겹쳐서 마음이 잘 맞는 지금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인가. 나는 능력이 있고 노력해서 지금 커플이 된 것이라고 본인의 파트너 앞에서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힘들었을 때 파트너를 만나게 해 준 어떤 우연과 그렇게 만난 파트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가. 이처럼 본인이 싱글인가 커플인가 하는 문제는 본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연애의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사람들의 삶의 다른 여러 가지 모습들도 그렇다. 누군가의 상태는 그 사람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부드럽게 변하면서 결정되지 않는다. 어느 학교를 갈지, 어떤 직장에 취직할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이런 중요한 순간들이 있으며 그 순간의 결과에는 본인의 능력과 노력 외에 우연과 행운, 국가적 상황과 외부적 요인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런 것들에 의해 평생 수입이 크게 움직인다. 마치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커플이 되고 결혼을 하는 것처럼.

그래서 더 적게 가진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모든 결과가 우연이라면 모두의 결과를 똑같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결과가 필연이라면 적게 가진 사람에 대한 배려는 불필요하다. 우연과 필연이 섞여 있기에,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을 적당한 수준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을 개인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맡길 수가 없기에 정부가 개입해야 하며, 많이 가진 개인들은 본인의 행운에 감사하며 적당한 정부의 개입은 받아들여야 한다.

본인이 커플이 되고 싶어 하는 싱글이라면 내가 얻은 다른 것은 다른 어떤 누군가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본인이 커플이라면 본인 옆에 있는 파트너와 함께 있도록 도와준 우연에 감사하고, 그런 우연을 얻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기념일이고 연인들의 기념일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2019-12-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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