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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공무원은 봉이 아니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공무원은 봉이 아니다/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4-01-08 00:00
업데이트 201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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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새해 벽두부터 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 전원 사표 제출과 안전행정부 장관의 부처별 1급 공무원 일괄사표 수리 가능성 언급으로 공직사회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국무총리가 나서서 이를 오해라고 일단 해명했지만 공무원 사회에 남긴 후유증은 만만찮을 것 같다. 또 지금은 잠시 숨 고르기 양상이지만 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안행부 장관의 말이 그냥 나왔을 리 없다고 볼 때 1급 공무원, 나아가 공무원들의 불안이 완전히 불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이들은 큰 상처를 입었고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1급 공무원은 직업공무원으로서 최고봉인 자리다. 모든 직업공무원들의 선망의 자리다. 물론 정무직인 차관이 대부분 1급 공무원 중에서 임명되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공무원법상으로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1급 공무원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태도는 단순히 1급 공무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전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1급 공무원을 싹쓸이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공무원을 무시하는 것이요, 행정부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공무원과 공직사회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다. 공무원을 한 가정의 일원이요, 국민의 한 사람이기 이전에 성직자에 버금가는 도덕군자이기를 바란다. 재해가 일어나면 밤낮 없이 불려나가 일하는 머슴이 되길 바란다. 우수한 인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직원들에 비해 훨씬 낮은 봉급을 받는 것을 당연시한다. 책임과 희생, 헌신은 기대 이상으로 요구하면서 비난과 책임은 하늘같이 무겁다. 우리가 이만큼 잘살게 된 이면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공무원 조직의 희생과 봉사가 컸음을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면 임기 초에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조처라며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다잡는 게 다반사가 되었다. 공무원과 공직사회를 무능과 안일로 매도한다. 언론도 덩달아 춤을 춘다. 국민은 이를 보고 박수를 친다. 그러나 행정은 법의 뒷받침을 필요로 하는 법치행정이 근간이다. 요즘 국회 돌아가는 꼴을 봐서 알겠지만 법 제정은 말할 것도 없고 법 한 줄 고치는 개정 작업조차 시간이 걸린다. 정당 간은 물론 같은 정부 내의 부처 간에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정부행정은 기업경영과 다르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기업과는 달리 행정은 공익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걸리고 좌고우면할 일이 많다. 공연히 짧은 시간 안에 국정철학이 현실화되지 않는다고 공무원을 타깃 삼아 고위공무원 인사를 정치적 잣대로 재단하는 구태는 그리 현명한 것 같지 않다.

사실 공무원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헌법과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집단이다. 집권자와 그 주변 인사들만이 그 단순한 관료제의 이치를 모르고 정치적 이해타산에 집착할 뿐이다. 공무원, 특히 고위공무원의 인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면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재앙이다. 묵묵히 일하는 유능한 공무원이 도태되고 정치권에 줄을 대는 악성 공무원들이 득세한다. 공직사회가 무너지고 결국 정권에도 해악이 된다. 무엇보다 행정의 수혜를 받아야 할 국민과 사회가 큰 손해를 입는다.

어느 국가나 사회든, 정부든, 기업이든간에 사람이 곧 힘이다. 유능한 공무원을 양성하려면 오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정부는 1급 공무원 전원사퇴를 얘기하기 전에 수십년간 갈고 닦아온 이들의 경륜과 식견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과 동기부여에 더 신경써야 한다. 나아가 국정철학의 실현은 고위공무원 몇 사람이 아니라 공무원 전체가 얼마나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도 직시했으면 한다.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존중하며 잘 대우하는 적극적인 유인책을 써보라. 그들이 신바람 나면 기업도 국민도 신바람 난다.

물론 공무원과 공직사회가 고쳐져야 할 것이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국가와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공무원은 걸핏하면 휘둘려도 되는 봉이 아니다. 고위공무원 인사 문제는 국무총리와 안행부 장관이 나서지 말고 각부 장관들에게 맡기자.
2014-0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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