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간판 내리는 ‘국가브랜드위원회’/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간판 내리는 ‘국가브랜드위원회’/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입력 2013-02-04 00:00
업데이트 2013-02-04 00:0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역대 대통령 중 이명박 대통령만큼 ‘국격’을 강조한 이는 없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보다 힘이 실린 ‘국가브랜드위원회’라는 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2009년 1월에 출범시켰다. 국가 이미지에 관한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그동안 얼마나 의미 있는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겠지만, 어떻든 대통령이 수차례 직접 업무보고를 받고 챙길 정도로 이명박 정권의 무게가 실려 있던 위원회였다. 초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자리에도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을 앉혔다.

이명박 정권의 색채가 강해서인지 박근혜 당선인은 정부와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정비할 방침을 밝혔고, 특별한 상황 변동이 있지 않는 한 국가브랜드위원회도 간판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국가브랜드위원회라는 조직이 비록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범국가 차원의 컨트롤 조직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박근혜 정부는 잊지 말기 바란다.

박근혜 당선인의 ‘미래’ 사랑은 남달라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거대 부처로 새로 탄생할 예정이다. 대통령비서실에도 국가장기발전전략을 짜는 미래정책수석실이 신설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 등을 만들어낸 산실로 알려진 싱크탱크도 국가미래연구원이다. 국가의 미래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실물경제 등 하드웨어에만 치중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이고 그중에서 주목되는 것이 국가 이미지다. 미래학자 짐 데이터는 정보사회 다음에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온다고 했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꿈과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다. 그는 경제의 주력 엔진이 이제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 이미지는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에 입각, 시스템에 의한 국가 이미지 관리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에 주목한 것은 높이 살 만한 일이지만, 마음이 급한 나머지 어설픈 시스템을 갖고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해 일을 추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방식은 정권이 힘이 있고 대통령의 관심이 높을 때에만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 국가 이미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맡겼으면서도 정작 법적 위상은 심위위원회에 머물러 있던 점, 위원회의 법적 설치 근거도 모법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령인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고 있었다는 점 등은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이라고 하겠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방식으로 국가이미지 업무를 챙겨 나가기 바란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금처럼 권한과 책임이 모호한 국가브랜드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아니라 행정행위를 하면서 법적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미 정부조직 개편안이 짜여져 있어 당장 새로운 조직의 신설이 어렵다면 정부조직법 개정 시 기존 부처 중 하나를 지정해 명확히 업무를 부여하고 책임을 지우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현행 정부조직 편제와 과거의 노하우를 염두에 둔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장 적임일 것이다. 아울러 중요한 것이 국가 이미지 관리업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 줄 법률을 제정하는 일이다. 국가 이미지 업무는 그 중요성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초당적 협력을 얼마든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이미지 관리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점 등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정부와 청와대 등 시스템을 정비하는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형의 국가 자산인 국가 이미지를 관리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타이밍 있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2013-02-04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