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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기초노령연금은 조삼모사 대상이 아니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기초노령연금은 조삼모사 대상이 아니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3-01-16 00:00
업데이트 201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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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허점이 많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실천 방안이 나와 걱정이다. 기초노령연금 관련 공약실천 방안이 그렇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연금으로 기초노령연금 재원의 30% 정도를 마련한다는 발상이다. 박근혜 후보 측은 선거 당시 기초노령연금을 두 배 늘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이 공약의 실천을 위해 연간 약 7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국민연금을 축내는 것이어서 황당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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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세계 각국은 지금 고령사회 대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퇴직자는 늘어나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이 국가를 재정위기로 몰고 갈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연금재정 부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연금개혁을 2007년에 단행했다. 그래서 연금개혁 이전에는 불입기간 40년 최고등급의 연금수령액이 월15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월115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연금 수령액이 낮아지면 노후 생계유지가 어려운 사람이 늘 수밖에 없다. 최고등급의 연금수령액은 월 115만원이지만, 최저등급은 월 23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생계유지 부족분의 보완 장치가 기초노령연금이다. 그래서 두 연금의 재원조달 방법도 다르다.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로 재원을 조달하고, 기초노령연금은 국가 예산에서 재원을 조달한다. 박근혜 당선인 측의 처방은 국민연금에서 나오는 돈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두 연금의 기능적 차이를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을 품게 하는 방안이다.

또한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65세 이상 노인 전체라는 것도 문제이다. 현재 근로자가 65세가 되면 최고 월 115만원, 최저 월 23만원의 연금을 받는 그 통장의 돈을 빼서 생계가 어려운 가난한 노인에게도, 그리고 부자 노인에게도 연금을 주겠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한쪽 살을 깎아 다른 쪽에 땜질을 하고, 그것마저 남겨 부자에게 주겠다는 발상은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보다 더한 술책으로 느껴진다. 원숭이를 기르던 송나라의 저공(狙公)이 도토리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 주는 대신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어 원숭이 마음을 달래는 방법과 다를 것이 없다.

기초노령연금의 대상 확대와 두 배 증액은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중층연금(multi-pillar pension)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중층연금은 연금계층 간 상호보완이 가능한 제도다. 기초노령연금은 생계유지가 어려운 계층이 대상이고,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대상이다. 퇴직연금은 직장 근로자, 개인연금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네 계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국민연금의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고, 국가의 재정 부담도 준다. 우리 연금도 형식적으로 중층구조다. 연금계층 간 보완 작용을 강화하지는 못해도 국민연금을 끌어다 기초노령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개악 수준이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이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일 수는 없다. 국민연금에 가입하기조차 어려운 힘든 삶을 살아온 노인의 기초생계 유지를 위한 연금이 기초노령연금이기에 이들이 최우선 순위이다. 국민연금을 받아도 기초생계가 어려운 노인이 다음 순위이다. 그래도 국가의 재정이 남으면 노인인구의 50%, 70% 그리고 전체 노인에게 확대할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이야말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연금이며, 그 재원은 국가예산에서 나와야 한다. 이게 박근혜 당선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원칙이다.

지도자의 용기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기초노령연금 확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무상지원, 하우스 푸어 대책 등 포퓰리즘 요소가 많은 공약 실천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10년 후 그리스 못지않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공기업 부채 464조원, 지방정부 부채 18조원, 그리고 중앙정부 부채 774조원을 합치면 125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이른다. 국가부채의 한계상황이다. 다시 빚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 위기에 불을 지르는 격이다.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당선인의 현명한 판단이 기대된다.

2013-01-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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