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타이완과 일본의 교육이 주는 시사점/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열린세상] 타이완과 일본의 교육이 주는 시사점/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입력 2012-12-08 00:00
업데이트 2012-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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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올해 일본과 타이완의 교육계, 학계의 초청으로 강연 투어를 하면서 이들과 교육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두 나라가 유사한 문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국 학자들은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의가 점점 떨어져 가고 있고 학부모들의 교육열 또한 점차 식어 가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큰 꿈을 품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도전 의식을 상실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젊은이가 늘어가고 있고, 그 때문인지 해외 유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양국 교육계는 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열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가고 있고,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를 부러워하며 그 비결을 궁금해했다.

밖으로 드러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에 비해 상황이 좋은 게 사실이다. 지난 11월 영국의 교육전문 그룹 피어슨이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40개 국가를 대상으로 벌인 국가별 교육 시스템 경쟁력 평가 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2위를 차지했다. 교육 시스템 평가에서뿐만 아니라 국제 학력 비교에서도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은 늘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나라가 과거에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며 부모와 학생들이 보다 인간답게, 어쩌면 보다 편하게 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그래서 자녀 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방안, 교육열이 지나친 학부모의 고통을 줄여 주는 방안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자녀 교육에 아예 무관심한 부모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소외된 지역의 학교에서는 학부모회의를 열어도 참석하는 부모의 비율이 극히 낮다고 한다.

학생들의 공부 자세도 마찬가지다.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고통지수를 낮춰 주는 쪽에 사회적 관심이 몰리는 사이에 학교 이탈 학생 수가 늘고 있으며, 무기력감에 빠진 젊은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출신 학생의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의 지방 캠퍼스에서 교수 대상 강연을 가졌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뭐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학생들의 학습 의욕 부재를 들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강자였던 노키아가 상황이 좋을 때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지 못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경우와 일본·타이완 교육이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봉착한 데서 보듯 좋은 상황일 때 잘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의 성과나 경쟁력도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릴지 모를 일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미래 세대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큰 뜻을 갖도록 이끄는 일이다. 학교와 종교단체,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지금처럼 깨어 있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일본과 타이완이 직면한 문제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슴에 큰 뜻을 품은 젊은이는 무기력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대신 더 큰 세상을 향해 스스로 나아갈 것이다. 한국 기업이 세계 어디로 진출하든 능력을 갖춘 한국인을 충분히 확보해 지사 경영진으로 채용할 수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 ‘타이거 매니지먼트’ 저자의 주장이다. 물론 유학이라는 이름으로 돈과 젊음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리고 큰 뜻을 잃지 않도록 이끌 필요는 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이상인 부모 밑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어렵게 살아온 부모만큼의 강한 의지로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살아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그들의 겨울은 다가올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 열심히 살아가도록 그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의지를 북돋아 주고, 실력을 쌓아 가도록 우리 사회가 이끌어야 한다.

2012-12-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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