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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KTX 경쟁도입 필요하다/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열린세상] KTX 경쟁도입 필요하다/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입력 2012-05-01 00:00
업데이트 201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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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행정부에 견줘 국회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책결정에 있어 국민여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현안을 숙지하고 있을 수는 없다. 복잡한 사안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자연히 여론조사는 개인의 피상적 의견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니 국민여론은 더욱 피상적으로 되어 갈 것이다. 이에 따라 피상적 여론이 국가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TX 경쟁 도입 논쟁도 그중 하나이다. 수서발 KTX 노선의 열차 운영을 민간 기업에 허용하여 철도공사와 경쟁하면서 서로 가격도 낮추고 서비스도 개선시키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가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찬성률이 22.6%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4월 의뢰한 설문조사에선 64.5%로 나타났다.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참여연대는 ‘민영화’를 물었고, 국토해양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의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부정책을 ‘철도 민영화’로 알고 있으며 민영화는 철도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민간에 특혜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러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여론을 존중하여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KTX건은 정부 주장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경쟁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철도의 운영 비효율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철도운영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를 말해 준다. 우리는 48%인데 독일은 30%에 불과하다. 철도 1㎞당 인력이 우리는 10명인데 독일은 7명이기 때문이다. 또 연공서열 보수체계로 인해 1인당 연평균 임금이 6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5000억~8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운영 비효율이 적자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중요한 이유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적자는 결국 우리 미래 세대가 세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자리는 줄고 부양할 노인인구는 많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 갈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철도공사 부채까지 떠넘겨서야 되겠는가? 경쟁을 통한 철도의 효율성 향상이 절실한 이유이다.

반대론의 핵심은 공공성 유지를 위한 비용증가이다. 정부는 적자노선 유지 등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 매년 3000억원 내외의 공익서비스(PSO) 보상을 철도공사에 지원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KTX에서 돈을 벌어 적자노선 운영비에 보태고 있는데, KTX 노선 일부가 민간에 넘어가 공사의 수익이 줄면 그만큼 PSO 보상을 늘려 주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상을 적게 요구하는 효율적인 민간 기업에 적자 노선 운영까지 넘기면 PSO 보상을 늘리지 않고 벽지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선진국에선 이러한 최저보조금 입찰제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낙도에 대한 배편은 민간 선사 중 보조금을 적게 요구하는 기업에 배정하고 있다.

이번 KTX 경쟁 도입과 직결된 사안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적자 노선, 적자 역은 폐지하는 것이 옳다. 대신 벽지의 교통권 보장을 위해 버스운행이 늘어나도록 보조금을 주는 것이 맞다. 도로와 달리 선로에선 한 번에 하나의 열차만 운행할 수 있으므로 적자 노선을 운영하면 다른 열차 운행을 줄여야 한다. 버스운행 증가는 그런 문제도 없고 편의성도 높아 훨씬 효율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정치권 등쌀에 역 하나 폐지하기도 어렵다. 극소수를 위해 전 국민이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가 특혜를 얻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민간이 큰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선로사용료를 많이 내게 하고 요금을 낮추도록 하면 된다. 기업에 대박 선물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입찰과정을 감시하자. 그래도 민간이 공사에 비해 효율적으로 일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오히려 반길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은 더 낮은 요금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X 경쟁 도입이 벽에 부딪힌 것은 국민의 대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진 탓이다. 이러면 피상적 여론이 정책을 결정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정부는 바른 여론을 파악하고 형성하기 위해 공론조사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2012-05-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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