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마음의 순리와 격물치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마음의 순리와 격물치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입력 2011-11-29 00:00
업데이트 201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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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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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順理)란 우주와 만물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따른다는 말이다. 따라서 사는 것이 어렵고 힘겨울 때 마치 체념의 표현으로 순리대로 살자고 말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순리는 마음 의지가 실종된 상태가 아니고 자기가 걸어가는 여정을 뒤돌아보고 벗어난 궤도를 끊임없이 수정하여 자기 본체를 완성하려는 마음작용이요,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순리에 따라 살아야 하는 이유는 하늘의 뜻(性)에 따라 작거나 크거나 각자 해야 할 역할이 다르고 역할에 맞게 마음기운(品)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성품(性品)을 갖고 있으며 이것에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적 삶의 순리를 밟아가고 있다. 마음이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면 외면적으로 이미 자기 역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몫을 만지고 있다는 것이고, 내면적으로는 맑았던 마음 기운마저도 탁해지면서 분별력이 떨어진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역할에 맞게 마음(初心)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역할의 한계를 넘어서면 마음이 탐욕의 기운에 가려져 분별이 흐려짐으로써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판단의 착오가 많으면 인생은 고통으로 얼룩진 채 미완성으로 남는다. 밥 먹을 때 쓰는 나무젓가락을 지붕 올리는 데 필요한 서까래로 사용하겠다는 집착이니 결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

순리에 맞게 산다면 바른 마음으로 바른 길을 걸어가니 자연스럽게 덕(德)을 얻을 수 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덕을 쌓는다면 우주·만물로 하여금 각자 하고 싶고 얻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물론 역할에 따라 자기의 길을 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니 결과는 각기 다르다. 노자는 만물을 이롭게 하고 아우르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순리를 닮자(上善若水)고 했고, 묵자는 하늘은 한결같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이롭게 품고 보존하기 때문에 그 성품을 가지고 온 사람도 항상 서로를 존중하고 베풀며 유익하게 사는 길이 순리라고 설시한 이야기는 고단한 우리네 삶에 마음을 일으키는 지혜로 다가온다.

격물치지(格物致知)란 격물과 치지가 합쳐진 말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그 뜻을 살펴서 알면 몸을 다스려 세상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학 경문(經文)편에 나온다. 만물의 이치와 순리는 각 사물의 역할이나 쓰임새 등을 살펴 지식이나 경험으로 인식하고 다시 인지된 지식 등을 마음 안에 들여놓고 분별의 창에 투과시켜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도 물질세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역할에 따라 다른 기운의 형태로 격물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치지의 내용도 단순히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물의 이치를 아는 것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역할과 기운을 내면적으로 성찰하여 어떤 것이 순리에 맞는지 선택하는 결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신(修身)이 순리에 맞는 자기성찰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요즈음 2040세대들의 분노가 갈수록 심화되는 듯하다. 5060세대가 구박덩어리처럼 회자된다. 나라 잃은 슬픔과 6·25전쟁의 굶주림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60여년 만에 기적을 일구어 놓았음에도 비난이 여간 만만치 않다. 역사 이래 지금처럼 경제적 번영을 구가한 사례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음에도 그렇다. 그들의 분노를 보면, 아무리 직업을 찾아도 구하기 어렵고 어쩌다 취업을 해도 돌아오는 보상은 적고 살인적인 경쟁을 통해 다수를 희생하고 살아남은 소수는 기득권을 독식하기 때문에 소통은 단절되었고 인정은 말라버려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진실로 맞는 주장이고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선(善)을 찾아야 한다.

하늘의 본래 마음자리(天心)가 모든 사람이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데 있기 때문에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는 사회는 순리에 역행하므로 반드시 망한다. 백성들의 마음이 천심이고 순리이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임을 명심하자.
2011-11-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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