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다이빙 벨/정기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다이빙 벨/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4-26 00:00
업데이트 2014-04-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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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공기 중에는 산소(21%)와 질소(78%)가 포함돼 있다. 몸속의 혈액은 이를 신체의 각종 장기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수압으로 인해 육상에서보다 질소와 산소가 체내에 더 많이 용해돼 호흡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는 물밑의 기압이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져 10m에서는 2기압, 20m에서는 3기압이 돼 숨이 가팔라진다는 데 근거를 둔 것이다.

세월호 침몰현장에서 구조 방식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작업의 효율성 논쟁이지만 잠수부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다. 사고 해역의 물살이 빨라 바다 밑에서 작업을 하는 잠수부들이 자칫 물살에 휩쓸려 인명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감압병이라 불리는 잠수병은 잠수부에겐 생사의 문제다. 육상과 달리 바다 밑은 혈액 속에 녹은 질소가 기포를 형성해 혈관을 막는다. 잠수병 증상이 발생하면 팔과 다리에 심한 통증이 유발되고 심하면 신체 마비와 사망에 이르게 된다. 세월호가 35m 바다 아래에 있으니 기압은 육상보다 무려 4배나 높다.

해경이 그제 투입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던 ‘다이빙 벨’(diving bell) 장비를 구조 현장에 재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만든 구난업체의 대표가 현장투입을 거부당하자 “구조 당국이 헛심만 쓴다”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다이빙 벨은 바지선과 연결돼 있고, 해저에 고정돼 있어 잠수부들이 작업 중 이곳에서 감압을 위한 짧지만 휴식을 취하는 장비다. 잠수부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바다 밑에서 1시간 이상 작업할 수 있다. 이 방식은 16세기에 발명돼 난파선 구조와 보물섬 탐사 등에 사용됐다고 한다. 해경은 “이 장비가 바다 밑에서 유실되면 인명 피해를 당할 수 있고, 사고 지점의 수심이 깊지 않아 산소통을 메는 스쿠버 방식 등이 신속하고 여러 곳에서의 동시작업에도 유리하다”며 투입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느린 구조 작업에 지친 실종자 가족들이 투입을 요구하자 입장을 바꿨다.

구조현장에는 이 방식 말고도 몇 가지 구조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일반에 잘 알려져 있는 표면공급방식(일명 머구리)이다. 이 방식은 잠수복을 입은 잠수부가 수면 위와 연결된 호스로 공기를 공급받는다. 1840년 독일인 시베가 발명한 뒤 지금도 우리의 민간 어선에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첨단 기기인 크랩스터란 수중 탐사로봇은 구조 현장에 투입됐지만 빠른 해수에 떠내려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다이빙 벨의 투입이 구조 활동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판단은 이르다. 다만 그동안 유용성 여부를 정부에서 검증조차도 않고 지금에 와서 호들갑을 떠느냐는 것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4-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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