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전의 고사에서 비롯된 사자성어가 현실 세계의 상황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최근 알게 된 고사성어 남원북철(南轅北轍)도 그중 하나다.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향해 있는데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간다는 뜻으로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비유한다.

2400여년 전 중국 전국시대 때의 이야기다. 초나라 정벌을 계획하던 위나라 안리왕에게 신하 계량이 궁에 들어오면서 목격한 일을 전해 줬다. 위나라에서 초나라로 간다는 한 사람이 위나라 남쪽에 있는 초나라가 아닌 북쪽으로 마차를 몰아 틀렸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마차를 계속 북쪽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야 초나라에 도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계량은 초나라 정벌에 임하는 안리왕의 태도가 초나라를 가겠다며 마차를 북쪽으로 몰았던 그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대선을 앞둔 여야 대선후보들의 행태 또한 남원북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따금 터져 나오는 실언과 의도치 않은 실수들은 대선의 목표점과는 정반대다. 어디 정치권만의 일인가. 한마음 한뜻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도 모자랄 판에 수레의 끌채는 남쪽으로,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가는 조직이 한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