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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걷기와 깨달음/이종락 논설위원

[길섶에서] 걷기와 깨달음/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1-10-07 20:38
업데이트 2021-1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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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돈오’(頓悟)라는 용어가 있다. ‘불교의 참뜻을 문득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돈각’(頓覺)이 있다. 깨달음에 높고 낮음의 질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다. 순서를 밟아 수행해 점차 높은 단계의 경지로 나아가 깨달음에 이른다는 ‘점오’(漸悟)와는 반대 개념이다. 길을 따라 3~4시간 동안 한참을 걷다 돈오 같은 경험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어떤 문제에 골몰하던 중 어느 순간 머리가 하얗게 백지상태로 변한 뒤 반짝 하고 해결책이 떠올랐다. 불교의 심오한 깨달음의 경지는 아닐지라도 고민하던 문제의 해법을 찾는 상황을 자주 걸어 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지난 1월 22일부터 옛길을 걸었다. 평해길, 의주길, 삼남길에 이어 요즘은 서울 남대문에서 부산 동래까지 가는 영남길을 걷고 있다. 모두 합쳐 960여㎞를 걸었다. 걷기는 인간 본연의 이동수단이다. 인간이 최초로 발로 걸으면서 상상했듯이 걸음으로써 새 길을 모색하기도 했을 것이다. 걷기와 자동차나 자전거 타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속도가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말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해야 머리를 짓눌렀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이종락 기자 jrlee@seoul.co.kr
2021-10-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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