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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감나무 단상/오일만 논설위원

[길섶에서] 감나무 단상/오일만 논설위원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21-10-06 20:16
업데이트 2021-10-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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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감나무는 늘 감탄을 자아낸다. 에메랄드 빛 가을 하늘, 주렁주렁 감 사이로 언뜻언뜻 스치는 하얀 구름이 고혹적이다. 옛 선비들이 넓은 감나무 잎에 가슴속 깊이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 애틋한 연서를 보냄직하다.

풍성한 가을을 상징하듯 감나무는 예부터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기자목(祈子木)으로 불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깊은 관찰을 토대로 감나무의 덕을 침이 마르게 칭송하기도 했다.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풍성한 그늘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새가 집을 짓지 않을 정도로 벌레가 꾀지 않고 풍성한 잎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변해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고운 빛깔의 열매는 달디단, 맛의 정수다. 이른바 칠절(七絶)을 두루 갖춘 나무다.

감나무의 오덕(德)도 흥미롭게 회자된다. 잎이 넓어 글씨 공부를 돕는 문(文), 목재가 단단해 화살촉을 만드는 무(武)가 있다. 겉과 속이 한결같이 붉어 표리부동하지 않은 충(忠)을 기렸다. 치아가 없는 노인도 즐겨 먹는 과일이니 효(孝)라 했고 서리를 이기는 나무라고 해서 절(節)이라 했다. 마지막까지 겨울철 까치의 밥이 돼주는 마음씨(愛)도 갸륵하다. 둘레길, 멀찍이 보이는 감나무를 보면서 스친 생각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21-10-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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