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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포노 사피엔스/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포노 사피엔스/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1-05-24 20:36
업데이트 2021-05-25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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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강남역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는 버스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버스는 직진했다. ‘어, 뭐지’라는 당혹스러움에 버스 안을 둘러보니 잘못 탔다.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곧 도착할 거라는 안내를 보고는 정류장에 온 버스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보던 글 하나에 정신이 팔렸던 탓이다.

얼마 전 교대역에서 출발해 대치역에 도착했어야 할 아들이 옥수역에서 전화를 했다. 데리러 오라고. 교대역 3호선 승강장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게임 동영상에 정신이 팔려 방향감각을 잃은 뒤 반대 방향 지하철을 탔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압구정역과 옥수역 사이에서 한강을 지나는 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다. 당황한 나머지 개찰구 밖으로 나왔는데 아뿔사, 티머니 잔액이 되돌아가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포노 사피엔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이다. 스마트폰으로 전화하기보다 동영상을 보거나, 지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음악을 듣거나 마음에 드는 글을 읽거나, 온라인쇼핑을 하거나, 돈을 주고받는다. 가끔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 주변을 둘러봐야 실수하지 않을 텐데 그게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길어야 몇 초도 안 될 텐데 말이다.

lark3@seoul.co.kr
2021-05-2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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