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접경지역/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접경지역/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입력 2017-06-08 23:34
수정 2017-06-0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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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풍이 불거나 안개가 많이 낀 날은 소리가 더 잘 들린다. “미제 놈들의 핵전쟁 놀음….” 임진강 건너 황해도 개풍군 임한면 마을 쪽에서 틀어 대는 대남방송은 이제 귀에 많이 익었다. 이른 아침 산책길을 나설 때면 으레 북쪽에서는 북 아나운서의 도발적인 억양이 귓전을 때린다. 남쪽 갈현리 마을 동네 스피커에서는 ‘행사 알림’ 방송에 이어 국민보건체조 구령이 이어진다.

파주 오두산 앞 임진강 하구에서 강을 따라 동북쪽으로 약 4㎞ 지점까지는 비무장지대(DMZ)가 없다. 임진강 폭이 남북을 갈라놓는 경계선이다. 탄현면 만우리 앞의 강폭은 썰물 때는 400m도 채 안 된다. 해발 125m의 보현산 산정에서 내려다보면 임진강 북안의 북한 마을은 바로 코앞의 이웃 마을이다. 접경지역에서 살다 보면 남북 간의 긴장도 평범한 일상사일 뿐이다.

우리 군의 대북방송은 스피커 방향이 북쪽으로 향해 있는 탓인지 이곳에선 들어 본 적이 없다. 남북이 상호 심리전으로 방송을 하고는 있지만 과연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남북이 머지않아 교류의 물꼬를 트고 비방 방송도 중단하지 않을까.

2017-06-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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