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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마당 있는 집/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마당 있는 집/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7-01-19 18:20
업데이트 2017-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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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집 벽난로에 여럿이 둘러앉아 장작불을 지폈다. 타닥타닥 불티 날리는 소리가 어찌나 경쾌하던지, 맨숭맨숭한 얼굴들에 금세 화색이 번졌다. 땔감을 건사하는 방편도 얘깃거리. 아침저녁 동네 산책길에 나무쪽을 주워 모으거나 이도 저도 궁해지면 장작을 산다고. 사방을 걸어 잠근 아파트 사람들에게야 재미진 이야기다.

예전 우리 집 마당 귀퉁이에는 조촐한 가마솥 아궁이가 있었다. 보리차를 끓이든 시래기를 삶든 부엌에서 못할 것도 없는 일거리들인데, 저녁 어스름에 엄마는 꼭 한두 가지쯤 아궁이로 들고 나왔다. 부산했던 동선이 병풍처럼 멈추던 시간. 이글이글한 불잉걸이 하얗게 사위도록 하염없이 앉았었고.

지금은 알 듯도 하다. 삶의 매듭을 다스리는 지혜가 그날들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삶을 달래는 기도는 깊은 산 선방(禪房)에만 있지 않다는 것.

욕심이 생겼다. 큰 집이 아니라 마당 있는 집. 아궁이 하나 놓을 수 있게만 마당이 깊은 집. 호되게 심란한 날은 불땀도 세게, 소소하게 심란한 날은 불땀도 약하게. 마당집 아궁이 생각만 하면 나는 한동안 실실 웃을 것 같다. 이런 날에는 지복(至福)이 별건가 싶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7-01-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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