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받아쓰기 시험/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받아쓰기 시험/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8-31 23:18
수정 2016-09-01 01:1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46년 전 봄이었을 게다. 초등학교 입학 후 맞은 첫 시험 시간. 선생님께선 또박또박 문제를 읽으셨다.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학교….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정도 어휘들이었던 것 같다. 열 문제를 백지에 받아 써 선생님께 제출했다. 선생님은 시험지를 채점해 다음날 나눠 주셨다. 빨강 색연필로 그은 동그라미가 세 개였다. 시험, 점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난 ‘세 개나 맞혔다’는 게 스스로 기특했고, 어머니께 보여 드리고 싶어 집으로 달음박질했다. 야단맞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의 실망 어린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리숙함이 빚은 ‘참사’였지만, 당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의 한글 실력은 그 정도였다. 자기 이름 석 자 정도만 ‘그리는’ 수준에서 입학해 한글을 처음부터 배웠다. 그래도 첫 학기를 마칠 즈음이면 대부분 한글을 깨쳤다. 한글은 기본이고, 영어까지 익혀 들어가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그야말로 금석지감이다. 입학 전 선행학습 없이 학교에서 한글을 책임지고 가르치게 하겠다고 서울교육청이 엊그제 발표했다. 한글 교육에 관한 한 한 세대 전으로 돌아가는 셈. 하지만 극성스런 부모들이 아이를 놔줄지 모르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9-0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이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