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칡과 등나무/구본영 논설고문

[길섶에서] 칡과 등나무/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06-26 22:36
수정 2016-06-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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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면서 아파트 단지의 등나무 아래 벤치를 자주 찾는다. 지지대를 따라 감아 올라간 등나무의 무성한 잎들이 선사하는 시원한 그늘은 늘 일상의 크고 작은 시름을 잊게 한다.

한 선배가 보내온 이메일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갈등의 어원이 서로 어우러져 살지 못하는 갈(葛·칡)과 등(藤)의 상극성에서 유래했음을 알게 되면서다. 칡과 등은 서로 떨어져 살면 아무 일도 없지만 붙어살면 둘 다 죽는다는 설명이었다. 등은 오른쪽으로 줄기를 감아 올라가는 반면 칡은 왼쪽으로 줄기를 뻗기 때문이란다. 하긴 등나무는 집 주변에서 흔하지만 같은 콩과 식물인 칡은 산에서만 자생하지 않나.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갈등을 겪는다. 욕망과 현실의 충돌이 빚어내는 개인적인 마음의 갈등이야 욕심만 줄이면 상당 부분 해결될 게다. 우리 사회에서 들끓는 진영 간,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이 더 큰 문제다. 이런 사회적 갈등을 수렴해야 할 정치권이 외려 부추기고 있으니….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를 가진 큰 정치인들이 갈수록 보기 드문 현실이 그래서 안타깝다. 상대 의견에 꼭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생각의 다름은 인정해야 상생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06-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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