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별난 가르침/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별난 가르침/주병철 논설위원

주병철 기자
입력 2015-11-03 18:04
업데이트 2015-11-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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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퇴근길이다. 어렵사리 잡은 택시에 올랐다. 일흔을 훌쩍 넘긴 듯한 택시 기사의 표정이 너무 밝다. 하루 일과를 끝낼 즈음 피곤할 만도 할 텐데 목소리에 힘이 넘쳐난다. 자꾸 말을 건다. 잘못 걸렸구나 생각하니 대답하기가 귀찮아진다. 그런데도 듣기라도 하라는 듯 혼잣말을 해댄다. 그러면서 힐끗 쳐다본다. 듣고 있는지 보려고.

“저는 택시 운전하는 게 즐거워요”라는 말에 한마디 건넸다. “왜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는 달변을 토해 낸다. 택시 운전이 재미있는 이유 세 가지. 첫째는 외상 거래가 없다고 한다. 예전처럼 현금은 아니지만 카드 결제도 외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이 나이에 남녀노소 없이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어디 있겠느냐는 것. 셋째, 곳곳을 다니면서 싸고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단다.

또 한마디. 택시 운전을 하지만 생활 원칙이 있단다. 떡을 사러 재래시장에 자주 가는데 절대 물건값을 깎지 않는다고 한다. 어려운 사람한테는 그러면 안 된다는 말씀. 마지막 한마디. 존경하는 인물은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것이다. 많은 가르침을 준 그분한테 택시요금에 웃돈을 약간 얹어 주고 내렸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5-1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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