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골 돈가스 집/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시골 돈가스 집/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4-10-14 00:00
수정 2014-10-1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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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늦게 소풍 삼아 충남 예산에 다녀왔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가을이 생각보다 깊었는지 일찍 해가 떨어져 할 수 있는 일은 밥먹는 것밖에 없었다. 뭐 그보다 중요한 일도 없지만….

읍내 돈가스 집은 열 가지가 넘는 반찬을 내준다고 해서 전부터 가보고 싶었다. 퇴락한 읍내 구석진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집은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찾아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제법 넓은 식당에 서빙하는 사람은 환갑 안팎의 아주머니 한 분뿐이었다. 게다가 단체손님까지 있었으니, 경험칙상 마음 상하지 않고 밥 한 그릇 얻어먹기는 무망(無望)한 노릇이었다.

혼자였다면 벌떡 일어나 다른 식당을 찾아나섰겠지만 동행한 사람들이 있어 간신히 참았다. 그런데 지켜보고 있자니 선입견이 무너져 내렸다. 서빙하는 아주머니는 ‘슈퍼맨’이었다. 누가 충청도 사람을 느리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놀랄 만큼 정확하고 빨랐다. 음식도 기대 이상으로 맛깔스러웠다.

그동안 성급하게 판단해 상대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시골 돈가스 집이 준 뜻밖의 교훈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10-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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