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줌마의 힘/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줌마의 힘/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03-20 00:00
수정 2014-03-2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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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20대 여성이 쓰러졌다. 모두가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 순간, 50대 후반 아주머니가 나섰다. “우선 다리를 쭉 펴고···.” 다행히 그 여성이 정신을 차렸고 급박했던 사태는 마무리됐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까지 그 여성의 고맙단 말은 듣지 못했지만···. 나 역시, 어찌할까 머뭇거리는 새 10여초가 지나버렸다. 머릿속을 맴돌던 119, 비상통화는 아무런 쓰임새를 갖추지 못했다.

30대 중반 때 음식점에서 고기를 먹다가 정신이 혼몽해지면서 바닥에 자빠진 적이 있다. 그때도 음식점 아줌마가 먼저였다. 바늘로 손톱 밑을 딴 뒤 체한 게 쑥 내려간 경험이다. 옛날 시골 동네에는 용한 할머니가 꼭 한 분씩은 있었다. 한밤중에 젊은 댁의 아기에게서 경기(驚氣)가 나면 나타나 고쳐 주던 약손. 우리는 그분을 ‘삼신할머니’라 불렀다.

귀가 따갑도록 듣고, 어련히 알아서 할까 했던 게 긴급처치 요령이다. 출근길 사고 순간, 아무런 행동을 옮기지 못한 채 허둥댔다. 매사가 이렇다. “속이 메스꺼우면 김치국물, 깨져 상처난 데는 된장이란다”. 동료가 탓하는 듯 한마디를 거든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3-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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