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못줄 잡기/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못줄 잡기/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6-17 00:00
수정 201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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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모처럼 친구와 모내기철 이야기로 저녁시간을 보냈다. 대화는 자연스레 손으로 모를 내던 시절 소소한 신변잡기로 흘렀다. 친구가 풀어놓는 기억의 실타래가 끝이 없었다. 그중 흥미로웠던 대목은 단연 ‘못줄을 잘못 대어’ 야단 맞고 진땀을 흘리던 이야기. 유쾌한 맞장구에 밤은 깊어갔다.

못줄은 원래 연세 지긋한 분이 잡는 법. 줄 넘기는 시간을 잘 맞추고, 모내기 소리와 추임새도 구성져 진종일 흥을 돋워야 제격이다. 줄을 너무 빨리 넘기면 으레 모 심는 이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숫기 없는 총각이 잡으면 욕먹기 십상인 게 또한 이 일이다. “줄 넘어가요” “어이~” 단순하지만 상대편과 목청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줄을 수시로 감고 풀어야 하는 다랑논 줄잡기로 하루종일 허겁지겁했던 기억이 새롭다.

못줄 잡기는 까맣게 잊었던 뜻밖의 소중한 발견이었다. 힐링의 시대, 도심 중년의 자리에 ‘안줏감 추억 캐기’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철따라 추억을 다시며 사는 것도 썩 괜찮은 웰빙 아닌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6-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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