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로잡힌 청중/김종면 논설위원

[길섶에서] 사로잡힌 청중/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12-07-20 00:00
수정 2012-07-20 00: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 압구정동에는 각양각색의 성형외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유행의 발상지’ 압구정동이 성형 밸리로 변했다고 구시렁댈 건 없다. 그런데 그곳을 지나는 버스를 타야 하는 이들은 사정이 다르다. 확성기로 팡팡 틀어대는 성형광고를 어찌해야 할까. 화통을 삶아 먹었나. ‘일리아드’의 전령 스텐터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늘어놓는 ‘육체광고‘는 그야말로 언어 공해다. 특정 부위에 대한 비교우위를 강조하는 곳, 십수년 무사고를 자랑하는 곳, ‘성형의 성형’을 내세우는 곳 등 별의별 광고가 다 있다. 차 안의 ‘캡티브 오디언스’(captive audience)는 한갓 잠재고객일 뿐, 그 이상의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으니 사로잡힌 청중만 야속할 따름이다. 나는 오늘도 강요된 소음을 들으며 압구정동을 지난다. ‘붕어빵’ 선남선녀들이 다시 보인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미인 불패 신화는 사라지지 않을 터. 아름다움은 영원한 기쁨이라지만 미의 유혹을 좀 견뎌냈으면 좋겠다. 광고 속 ‘모태미인’은 과연 진짜 미인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미인세상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2012-07-2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