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내조/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내조/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2-06-20 00:00
수정 2012-06-20 00:1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그 선배는 언제 봐도 멋지다. 옷도, 넥타이도 색깔 맞춰 잘 입는다. 특히 자연스럽게 웨이브가 지는 머리가 눈에 띈다. 누가 봐도 남자 스스로 손질한 머리 같지 않다.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긴 듯하다. 어느 날 그 비결을 물었더니 놀랍다.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나면 부인이 헤어드라이어로 폼나게 만져준다고 한다. 남편 머리를 매일 꽃단장해 준다는 부인, 처음이다.

아침마다 과일도 갈아서 준단다. “선배, 참 복터졌다.”라고 했더니 “다 그러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멋쩍은지 덧붙이는 말이 전업주부니까 그렇단다. 그건, 몰라서 하는 말. 주변에 전업주부가 많은데 그들 중 남편 머리 손질해 주는 이는 없다고 전해줬다. 엄청난 재력가도, 높은 벼슬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선배는 부인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었다.

요것조것 물어보니 선배도 부인한테 잘하는 것 같다. 그렇지. 남편이 잘하니, 부인도 저렇게 잘하겠지. 그래서 오늘따라 구김 안 가는 바지를 챙겨 입고 출근하는 남편한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2-06-2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