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속정(情)/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속정(情)/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11-30 00:00
수정 2011-11-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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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시절의 얘기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자식이 밖에서 놀다 다치거나 몸이 아파도 무심했다.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안 일이지만 어머니한테는 자식이 왜 다쳤는지, 괜찮아졌는지 꼬치꼬치 물어보고 걱정하셨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은 아버지의 속정이었으리라.

주말에 야외로 나가면 도로 옆에 천막을 치고 사과, 배, 감 등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을 종종 보게 된다. 무심코 지나치곤 했는데 요즘에는 차를 세우고 과일을 가끔 산다. 햇사과를 한아름 사서 들고온 적이 있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해 그 이후로 자주 그렇게 한다. 아빠의 속정이다.

얼마 전 기차를 타고 시골을 다녀왔다. 종착역에 이를 때쯤 연로한 할머니가 선반 위에 놓인 감 상자를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비싸지도 않고 무겁기만 한 이 상자를 왜 들고 왔는지 궁금한데 차창 밖에서 누군가 손짓을 한다. 아들 아니면 사위 같다. 기차로 들어오더니 감 상자를 어깨에 메고 나간다. 어머니의 속정이다. 속정은 우리네 마음을 이어주는 은근하고 진실된 끈이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11-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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