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무관심/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무관심/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0-05-07 00:00
수정 2010-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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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에서 사진과 경력을 담은 명함을 나눠주는 후보들이 부쩍 늘었다. 며칠 전엔 어느 구의원 후보가 아내·딸과 함께 열심히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후보는 지하철 승객을 맡고 그의 아내와 딸은 근처 횡단보도 행인들을 상대했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멀찍이 서서 후보자 일가의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사람들은 그냥 휙휙 지나칠 뿐, 명함을 제대로 받아가는 이가 드물었다. 명함을 받은 사람들도 대개 몇 발짝 가다가 아무데나 버리곤 했다. 후보는 점잖은 체면에 멋쩍은 표정이 역력했다. 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고, 20대 초반의 딸은 그만 울상이 되어버렸다. 나도 영업부서 근무시절 동료들과 함께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신문특집을 돌려본 터라 그들의 심정을 알 만했다.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고….

유권자는 요즘 확실히 ‘갑(甲)’이다. 그래도 후보의 명함조차 외면하는 건 너무 매정하다. 힘을 가졌을 때 겸손하고 남을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5-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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