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당신은 어떤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까/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당신은 어떤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까/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입력 2021-11-07 17:46
수정 2021-11-08 01:3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가을이면 환하게 노란 꽃을 피우고 향기를 그윽하게 품어 내는 감국이 있다.
가을이면 환하게 노란 꽃을 피우고 향기를 그윽하게 품어 내는 감국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은 지금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한창이다. 그 사이사이 핀 노란 감국들은 지금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곳곳에서 가느다란 줄기 끝에 노란 꽃송이를 품고 그윽한 향기를 품어 낸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나무들 사이로 가득 핀 감국 근처엔 향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기도 하다. 그 향기에 취하는 시간은 가을에 누리는 최대의 호사 중 하나다.

인간은 오감(五感) 중 하나인 후각(嗅覺)을 통해 물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도 한다. 향이 없는 꽃, 향이 없는 음식, 향이 없는 자연과 세상을 우린 떠올릴 수 있을까.

향기는 본래의 작용도 있지만, 향이 주는 심리적인 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향기는 쾌적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커피를 한잔 마시는 시간에도 우린 향기와 먼저 만난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향기와 만나는 그 시간을 마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향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사람의 향을 생각한다.

꽃에게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아이가 엄마 품속을 파고들며 “나는 엄마 냄새가 좋아” 하는 것처럼 직접 각인된 향이 있다.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인격, 품성, 말씨 등 여러 가지 등을 떠올리며 우리의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향도 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던 것을 없애 버리거나 바꾸려고 자신의 그릇된 향을 강요한다. 사람의 향기는 마음에 담는 것이라 했고 상대방의 향이 마음에 담기면 마음은 저절로 움직여 줄 텐데 말이다.

향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소설 ‘향수’를 기억하는가. 냄새에 관해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는 살인으로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었다. 그 향수로 사람들의 사랑을 이끌어 낼 수는 있었지만, 그는 정작 향기에서 행복을 얻을 수 없었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몸에 체취가 없었다. 자신에게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 아닐까. 자신의 향이 없는 그르누이는 불행했다.

꽃의 향기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향기는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향기를 품고 싶은가.
2021-11-0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