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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환갑 맞은 문화재청, 이렇게 달라져야/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기고] 환갑 맞은 문화재청, 이렇게 달라져야/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입력 2021-10-04 17:24
업데이트 2021-10-0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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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
언제부터인가 문화재란 용어보다는 문화유산이란 용어가 더 신선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를 재산으로 치부하는 것보다는 후세에 길이 물려줄 유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긴 것 같아서 문화유산이라는 단어가 더 그럴듯하게 다가오는 분위기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도 달라졌고, 과거 국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문화재들도 국민의 것으로서 다 같이 누리고 즐겨야 한다는 욕구도 높아졌다.

1961년 문교부 외국(外局)인 문화재관리국으로 출범한 문화재청은 올해로 설립 60주년이 됐다. 이쯤 되면 문화재 정책도 환갑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 할 것이고, 문화재 행정에도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미래 비전을 담아야 할 시점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인공지능의 생활화, 인구 감소 및 초고령 사회 진입,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 증가 등 사회적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뉴노멀 시대의 도래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와 비대면 생활 방식에 지친 국민들을 문화유산으로 위로하기 위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화재청은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보존에 디지털 기술 도입을 서둘렀다. 최근에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이용한 문화유산 복원·체험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사회 취약계층이나 농어촌, 다문화가정 등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여전히 뒤처져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어울리는 국제사회 주도권을 문화유산 분야에서 찾아온다면 어떨까. 앙코르와트 사원 복원 현장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곧 대한민국의 국격이요, 문화 국민의 자긍심이 될 것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던 반가사유상이나 유엔 총회에서 공연을 펼친 방탄소년단(BTS) 같은 우수한 문화 콘텐츠가 세계로 널리 퍼진다면 세계인 누구든 우리 문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재청의 지난 60년은 개발의 거센 바람 앞에서 어렵사리 문화재를 지키는 일에 매진한 세월이었다. 어쩔 수 없이 문화재는 규제의 대상으로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존재로 여겨졌다. 미래는 소외받는 사람 없이 문화재로 인해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2021-10-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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