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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의 활발발] 상식의 교집합

[법인의 활발발] 상식의 교집합

입력 2021-01-04 17:22
업데이트 2021-01-0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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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사람을 혼내는 할머니
인면수심, 표리부동, 내로남불에
따끔하게 한소리 하면 움찔해
새해에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 되길

법인 실상사 작은학교 교사
법인 실상사 작은학교 교사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한 할머니를 만나면 은근히 긴장한다. 자칫하면 면전에서 꾸지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매사에 꼬투리를 잡고 무섭게 사람들을 대하지는 않는다. 외려 작은 일에도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이웃을 배려한다. 작은 차이로 말다툼이 있으면 시시비비 따지지 말고 서로 양보하고 잘 지내라고 격려한다. 그런 할머니가 일순 단호한 태도를 취할 때가 있다. 어긋나는 언행을 보면 그야말로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매섭게 한마디 한다. “사람이 경우 없는 짓을 하면 안 되제.”

할머니에게 ‘경우 없는’ 경우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매우 모순된 언행을 말한다. 가령 이렇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거나, 거짓말을 천연스레 하고, 거짓이 드러났는데도 뻔뻔하게 사과하지 않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모함하는 경우 등이다. 화가 나면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다. “사람이 한 입 가지고 두말하면 쓰는가.” 만약 이런 말을 들었다면 그 사람은 인근 동네까지 한동안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가끔 그분을 뵙게 되면 나는 ‘경우 없는 짓’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혹은 사소한 일상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모습들은 무엇일까? 거짓과 무례가 아닐까 한다. 표리부동, 인면수심, 근자에 만들어진 내로남불은 비상식과 몰상식의 실태를 보여 주는 말이겠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는 정치권에서 수시로 볼 수 있다. 위치가 달라지면 그간의 주장과 신념을 뒤집거나 외면하는 비상식을 정치인들은 태연하게 저지른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가 공수처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법들은 대선이나 총선 때 혹은 평소의 소신으로 진영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유력 정치인들이 있다. 그런 그들 중에 몇몇은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지금은 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거나 입법을 머뭇거리고 있다. 반대와 머뭇거림에 어떤 명분도 사정도 말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한 입으로 두말하고 있다.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경우다. 경우 없는 짓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고 있다. 비상식과 몰상식이다. 이제 이런 비상식을 많이 겪다 보니 ‘정치인들은 그런 사람들이다’라는 인식이 보편화했다. 시민의 체념과 면역력이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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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몰상식은 평범한 곳에서도 발견된다. 가짜뉴스가 대표적일 것이다. 가짜뉴스의 몰상식과 폭력은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상식인 양 떠돈다. 매우 교묘하게 포장된 거짓이라는 유령이 인터넷을 타고 사람들의 뇌와 감정선을 건드린다. 거짓말을 믿고 싶고, 거짓말에 위안을 삼고, 거짓말로 경제적 이득과 인기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교묘한 심리가 합작하면서 ‘상식’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간다. 또한 나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도 몰상식이다. 근거 없이 쉽사리 단언하고 극언하고 폭언한다.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운운하면서 말이다. 거짓과 무례는 위에서 말한 할머니가 보신다면 아마도 “이런 경우 없는 자가 어디 있어” 하고 호통을 칠 것이다.

그러하다면 왜 상식은 비상식에 밀려나는가? ‘그 무엇’이 눈을 가리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이 떠오른다. 그 동화에서 옷에 탐닉한 임금에게 사기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이 짜는 옷감은 색깔과 무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일할 능력이 없거나 바보 같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감”이라고. 그래서 장관과 대신과 심지어 임금도 옷감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뻔한 상식 앞에 거짓과 무례를 범하는 이유는 뻔한다. 자기 눈을 가리는 뻔한 그 무엇을 보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이 갈등과 대립으로 혼란스럽다. 그리고 이를 넘어서자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상식의 발견과 회복이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서로 상식을 확인하고 공통된 상식을 실천하자고 약속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진영 논리의 폐단이 통탄스런 요즈음 경계를 넘나들며 상식의 교집합을 넓혀 가는 일이 우선이다. 상식의 교집합이 화합이고 통합일 것이다. 이렇게 맺는다. 상식이 진실이다.
2021-01-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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