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한줄] 죽음에 무뎌지다/김기중 기자

[책 속 한줄] 죽음에 무뎌지다/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5-12 17:50
업데이트 2020-05-1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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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154쪽)

웹툰 ‘이태원 클라쓰’에 나오는 장면이다. 외식업계 1인자의 냉혹한 후계 교육. “놈은 가축이고 넌 사람으로 태어났지. … 돼지나 닭을 먹을 때 미안한 마음 갖지 마라.” 아들은 과감히 닭목을 꺾는다.

2018년 출간한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시대의 창)는 저자가 4년 동안 닭, 돼지, 개 식육농장 10곳에서 일한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한 르포르타주다. 닭이 무서워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했던 저자는 점점 무감각해진다. 급기야 상품으로 팔지 못한 ‘불량’ 닭 수십 마리 목을 비틀어 버릴 경지에까지 이른다. “닭들이 지은 죄는 명백했다. 충분히 살이 찌지 못한 죄, 판매 가능한 상품이 되지 못한 죄, 비싼 사료를 낭비한 죄.” 살생을 정당화한 저자가 자신의 심경을 적은 마지막 문장이 다소 섬뜩하다.

코로나19로, 테러로 무수한 죽음을 접하는 요즘 점점 죽음에 무뎌지고 있는 건 아닐까.

2020-05-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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