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거주의무 폐지 무산… 민생의 적이 된 국회

[사설] 실거주의무 폐지 무산… 민생의 적이 된 국회

입력 2023-12-08 00:23
수정 2023-12-08 00:2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15일부터 분양권 전매는 가능하지만, 실거주 의무에 묶여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지난해 12월 공사현장 모습.  윤수경 기자
15일부터 분양권 전매는 가능하지만, 실거주 의무에 묶여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지난해 12월 공사현장 모습.
윤수경 기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아파트의 ‘실거주의무 폐지’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정기국회 종료일(9일) 전 마지막 소위였던 지난 6일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 발표를 믿고 청약에 넣어 당첨된 수분양자들은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실거주의무는 2021년 2월 이후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수분양자에게 2~5년간 거주 의무를 부과해 실수요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신축 임대 공급을 막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정부는 1·3 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패키지로 묶인 실거주의무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돼 전매제한은 완화됐지만, 법 개정 사항인 실거주의무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 뒤 감감무소식이다. 야당이 ‘갭투자’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이견으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하니 국회는 총선에 눈이 멀어 민생은 내팽개친 것인가.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단지만 총 66곳, 약 4만 4000가구에 달한다. 입주 때 전세를 주고 잔금을 치르려던 수분양자들은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분양권을 팔더라도 실거주는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발표만 믿은 수분양자들이 국회의 책임 방기로 한순간에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수분양자들 가운데는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입주를 미루는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갭투자 우려만을 내세워 법 개정을 미룬다는 게 말이 되는가. 여야는 지금이라도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2023-12-08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