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사설] 한미 정상 통화 기밀 유출한 외교관 엄중 징계해야

[사설] 한미 정상 통화 기밀 유출한 외교관 엄중 징계해야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9-05-23 20:44
업데이트 2019-05-24 00: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현직 외교관이 국가기밀 3급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야당 의원에게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7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일(5월 25~28일)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정보의 유출자가 주미한국대사관 K공사참사관인 것으로 청와대 보안 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강 의원의 고교 후배인 K참사관은 지난 3월에도 강 의원에게 기밀 정보를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이로 미뤄 볼 때 실수라기보다는 고의적인 상습 유출이 의심된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외교관의 본분을 어긴 명백한 비위 행위인 만큼 철저한 진상 조사와 응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형법에서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민감한 외교 현안을 다루는 국가 정상 간 대화는 양국이 사전에 합의한 사항 공개가 원칙이다. 어느 일방에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만 한 현직 외교관과 국회의원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기밀을 건네받고, 이를 외부에 공개해 정치 공세의 근거로 삼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강 의원과 한국당은 “구걸외교를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운다”며 청와대의 휴대전화 감찰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 청와대가 강 의원의 발표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뒤 유출자를 색출한 것이 앞뒤가 안 맞더라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교관이 외교 기밀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외교부에는 최근 잇따른 의전 실수와 소속 공무원의 성비위, 갑질·폭언 등 기강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외교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엄중한 징계로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2019-05-24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