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 사라지고 프레임 싸움만 남은 재·보선

[사설] 정책 사라지고 프레임 싸움만 남은 재·보선

입력 2014-07-21 00:00
업데이트 201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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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인물 중심 선거로 꼽힌다. 뒤늦게 선거구로 책정돼 충분한 선거 준비가 여의치 않은 재·보선의 특성상 여야 모두 대개 득표력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이름이 알려진 중진급 정치인이나 명망가들을 앞세우는 게 상례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정책 중심의 선거로 치러지길 바라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는 지적도 그래서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선거의 한계를 십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7·30 재·보선은 중앙당과 각 후보들의 행태를 볼 때 대체 무엇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려는 것인지, 유권자들로서 대체 뭘 근거로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앙당 차원에서 보자면 국가적 애도의 흐름을 반영해 여야 모두 일단 선거전략의 중심에 세월호 참사를 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가적 참사 재발 방지 등을 다짐하며 ‘혁신론’을 내세웠고 새정치국민연합은 정부 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그러나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증명하듯 여든 야든 그저 표심을 끌어안으려는 선거전략 차원의 구호만 앞세울 뿐 책임 있는 자세나 실질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별 후보들의 행태는 더욱 안쓰럽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저마다 ‘5대공약’들을 제시했지만 대개 2012년 총선·대선과 지난 6·4지방선거 때 써먹은 내용들을 두 번 세 번 우려낸 것들이다. 그나마 재원조달 방안이라고는 “국고와 시비·구비로 충당하겠다”는 식의 하나 마나 한 소리들로 가득하다. 그래놓고는 지금 선거구를 누비며 지역을 살릴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큰소리들을 치고 있다.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뒤늦게 공천받아 주소지조차 선거구로 옮기지 못한 후보가 부지기수인 형편이니 어쩌면 이런 선거에서 정책공약을 논한다는 자체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를 판이다.

야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후보 단일화 신경전도 혀를 찰 일이다. 새정연 김한길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어제 약속이라도 한 듯 “당 차원의 야권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주 정의당 측이 당 차원의 협의를 제안했으나 새정연 측이 즉답을 피하자 심 대표가 제의를 철회했고, 곧바로 김 대표도 야권연대 불가를 공식화한 것이다. 눈앞의 선거 승리만을 위한, 연대라는 이름의 선거공학이 올바른 정당정치 구현의 크나큰 걸림돌이라는 점에서 두 대표의 연대 선 긋기는 일단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연대가 무산된 배경이 결국 서로 상대의 양보를 요구하다 접점을 찾지 못한 때문임을 감안할 때 흔쾌히 박수 보낼 일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2012년 대선과 6·4지방선거에서 진보당 후보들이 자행한 선거 막판 자진사퇴에서 보듯 당 차원이 아닌 개별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은 슬그머니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략적 선거 공학에 의해 유권자의 선택이 침해될 소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명색이 야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인 만큼 김·심 두 대표가 선거일까지 일구이언의 모습만은 보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재·보선까지 9일 남았다. 누가 승리한들 그것이 유권자들의 무한신뢰를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야는 깨달아야 한다. 남은 기간 허튼 구호 대신 작더라도 꼭 지킬 약속 하나를 들고 표심을 찾기 바란다.
2014-07-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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