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의 중국 질주가 우리 경제에 내민 과제

[사설] 현대차의 중국 질주가 우리 경제에 내민 과제

입력 2013-12-27 00:00
업데이트 2013-12-2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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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올해 중국에서 연간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다고 한다. 세계 최대인 중국시장 진출 11년 만의 쾌거다. 현대차의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첫해인 2002년 쏘나타 1002대를 파는 데 그쳤지만 2005년 23만여대로 끌어올렸고, 2009년 57만여대에 이어 올해 드디어 100만대를 넘어선다. 글로벌 경쟁업체이자 가장 먼저 중국 시장에 진출한 폭스바겐의 경우, 연간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데 20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가히 ‘현대 속도’라고 할 만큼 놀라운 성장세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빠른 성공이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 가운데 제2, 제3의 현대차가 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성공은 3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입지가 좋았고 이른바 ‘관시’(關系·관계)를 잘 맺었으며 시장을 제대로 읽었다. 경쟁업체들이 상하이나 광둥성 등에서 개혁·개방의 ‘열매’에 탐닉할 때 현대차는 수도인 베이징에 주목해 쏘나타를 택시 차종으로 성공시켰다. 입소문을 타고 현대차만의 장점이 퍼져 나간 셈이다. 공산당 중앙과 중앙 정부, 베이징시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시장의 비약적인 확대 등 ‘운’도 따랐다. 금융위기로 소비가 위축되자 중국 정부는 소형차 취득세 감면 정책 등을 꺼내 들어 시장을 부양시켰고, 베이징현대는 제3공장을 지어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는 등 그 흐름을 잘 탄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질 차례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13억명의 중국 시장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장밋빛 전망에만 취해 있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 우리의 개별 경제주체들의 치밀한 준비와 각성이 요구된다. 단지 현대차의 성공에만 안주할 것인지, 그 ‘노하우’를 공유하며 거대한 중국 시장을 역동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인지는 정부와 산업계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몫이다. 아울러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에 대해서도 정부와 산업계가 엄중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도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법인의 그것을 밑돌고 있는 원인을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2013-1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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