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력 부재로 헛심만 쓴 채 눈총받는 경찰

[사설] 정보력 부재로 헛심만 쓴 채 눈총받는 경찰

입력 2013-12-24 00:00
업데이트 2013-12-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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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민주노총이 설립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철도노조 파업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노총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으나 실적은 ‘제로(0)’였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조하지만 예상되는 파장에 비해 사전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이번처럼 난맥상을 드러낸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경찰이 5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12시간 동안 민노총을 샅샅이 뒤지는 작전을 벌인 것은 철도노조의 파업 동력을 약화시킬 복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지휘부가 반공개적으로 불법 파업을 지휘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민노총 사무실 진입 배경을 설명했다. 2009년 파업 때도 철도노조 핵심 지휘부가 체포되면서 파업을 철회한 적이 있다. 학습 효과를 기대했음직하다. 그러나 지난 16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는 단 한 명도 체포하지 못함에 따라 파업 장기화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은 확신을 가질 만한 단서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개연성만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민노총은 수배자들이 단순히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해서 건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노조 지휘부가 민노총 건물에 있었는지의 여부는 추후 확실히 밝혀야 한다.

경찰은 철도노조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을 붙잡는 경찰관에게 1계급 특진 혜택을 주기로 했다. 검문검색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여주기식 일제 검문검색은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범인 검거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리한 법 집행으로 사회 갈등을 키우는 일이 없도록 신경 쓰기 바란다. 철도노조는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지도부가 안전하게 피신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대화를 통한 파업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만큼 지도부가 파업 장기화를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당한 파업이라고 하면서 경찰과 숨바꼭질할 경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헤아려 보기 바란다.
2013-12-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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