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멸실위기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세워라

[사설] 멸실위기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세워라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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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문화재가 방치되고 있다. 선사시대 바위에 그려진 그림이자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유적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닳아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으로도 등재돼 있는 이런 귀한 문화재가 잘 보존·관리되기는커녕 물속에 잠겨 형체가 사라질 지경이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청과 울산시 등 관계당국은 10년째 자신의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내 인류문화유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바위에 사슴, 고래, 거북, 호랑이, 배와 어부 등 300여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선사시대 주민들의 주술적 의미나 생활상을 바위 벽 등에 쪼아 새긴 것이어서 고고학자들은 당시의 문화, 예술, 신앙, 사상 등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물로 평가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암각화 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지만 1965년 암각화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의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반구대는 40여년 동안 1년 중 6~7개월이 물에 잠겨 있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그러다 보니 형상이 뚜렷했던 고래, 호랑이 등의 그림들이 물에 침식돼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닳아 버렸다. 초기 한반도 역사의 생생한 생활상을 그린 엄청난 유적물을 이렇듯 인공댐의 수몰현장으로 내팽개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관계당국의 행태는 한가롭기 짝이 없다. 문화재청은 “댐 수위를 낮추자”고 주장만 했지 “수위를 낮추면 생활용수가 부족하다”는 울산시의 반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수십조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벌인 나라에서 생활용수 하나 해결하지 못해 귀중한 문화재를 물속에 담가 놓은 울산시의 한심한 문화 의식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중재에 나선 국무총리실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대안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면서 ‘문화 융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미 90%가 원형 훼손된 반구대 암각화 대책을 제대로 세워 문화 융성이란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3-03-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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