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비서진, 대통령에 쓴소리 할 수 있어야

[사설] 靑 비서진, 대통령에 쓴소리 할 수 있어야

입력 2013-02-19 00:00
업데이트 2013-02-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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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비서실장과 3개 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일부 명단을 발표했다. 나머지 6개 수석비서관의 인선도 잇따를 테지만 대통령을 보좌할 핵심인 ‘3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경호실장) 체제는 일단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도 참모 진용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참모진은 청문회 대상이 아니긴 하나, 막중한 청와대 업무의 인계인수를 고려할 때 인선이 너무 늦었다. 더구나 이번 인선에서 참모진 4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이다. 이는 개개인의 능력·경력과는 별개로 출신학교 등에 대한 안배가 고위직 인사에 세심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은 오랜 행정 경험을 갖고 있으며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까지 11년간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한 적도 있다. 이런 점에서 행정과 정무적 감각을 겸비한 비서실장으로서 정부·국회와의 원활한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박 당선인과는 당대표-사무총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고,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 안정지향적 인선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허 내정자가 대통령에게 국민의 뜻을 가감 없이 전달해 확실한 국정 개혁 의지를 보여줄지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허 내정자는 상명(上命)을 받들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는 대통령에게도 때론 ‘No’라고 말해 일각의 기우(杞憂)를 씻어내 주기 바란다.

허 내정자를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의 역할과 책무는 중요하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다, 경제·외교·안보·국방 등에서 국가가 총체적으로 위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허 내정자는 인사위원장을 겸해 장·차관급 등 정부 고위직 인사에도 관여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통이다. 허 내정자는 “비서는 귀는 있는데 입은 없다”고 했다. 물론 겸양의 뜻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비서실장은 참모진이 국민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게 해야 하며, 내부적으로 활발한 토론과 소신 있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해야 한다. 본인은 물론이고 참모진의 입까지 막으면 그 순간 국민과 대통령의 소통로는 차단되고 만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청와대에 들어갈 생각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2013-0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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