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눈높이 벗어난 의협회장의 행보

[사설] 국민 눈높이 벗어난 의협회장의 행보

입력 2012-07-05 00:00
수정 2012-07-05 00: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잇단 튀는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포괄수가제 실시에 반대하며 수술 거부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들고 나와 물의를 빚었던 그는 엊그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글을 올렸다. 또 올가을까지 의사노조를 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의협의 대표인 만큼 그가 회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쳐 실망스럽다.

노 회장의 말처럼 전공의는 주당 100시간 일하는 등 근무여건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나서는 것은 의협회장으로선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공의가 대형병원의 진료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회적 혼란을 단번에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은 전공의’라는 글까지 올린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누가 봐도 집단행동을 선동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의협이라면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1만 7000여 전공의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 개업의가 아닌, 급여를 받는 봉직의는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노동자인 만큼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 그러나 봉직의의 급여는 최고수준이고, 근로조건이 열악하지도 않다. 오히려 병원이나 의원에는 그보다 더 낮은 임금에 장시간 근로하는 사회적 약자 직군이 많다. 의사들이 더 많은 것을 쟁취하겠다며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가진 자의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 의료지식을 갖추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존경과 신뢰를 받는 몇 안 되는 직업 중의 하나다. 처우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의협은 거기에 걸맞게 처신하고 행동해야 한다.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말아주기를 당부한다.

2012-07-05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