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투가 승려 놀이문화라는 한심한 궤변

[사설] 화투가 승려 놀이문화라는 한심한 궤변

입력 2012-05-18 00:00
수정 201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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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들의 도박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조계종 호법부장을 맡고 있는 정념 스님은 그제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화투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놀이문화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국민 앞에 사과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승려들의 일탈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 무감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어서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할 뿐이다.

승려들의 풍기문란을 단속해야 하는 호법부장의 인식이 이 정도니 조계종 승려들 사이에 도박은 물론 음주, 흡연, 룸살롱 출입 등 세속의 유흥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화투는 내기 문화라면서 한두 사람이 하는 걸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해 사회자와 언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폐쇄된 공간에 남성끼리 오래 기거하다 보면 화투 정도는 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도대체 출가(出家)를 왜 한 것인가. 어제 경기도 안양 만안경찰서가 사찰 법당에서 도박을 한 주지를 포함한 주부도박단 36명을 입건한 걸 보면, 화투가 일부 승려에 국한된 일탈만은 아닌 것 같기는 하다. 더구나 조계종이 대대적인 자정운동에 나서기로 한 마당에 버젓이 법당에서 도박판을 벌였다니 화투 정도는 이제 사찰의 일상이 돼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한 형국이다. 정념 스님은 또 도화선이 된 포커 도박만 해도 판돈 400만~500만원에 불과하고 나중에 돌려준 만큼 큰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일반인은 그보다 더 적은 판돈의 도박으로도 구속된다는 사실을 알고나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

승려들은 그동안 세속과 너무 가깝게 지내왔다. 일반인들도 술을 곡차라고 하고, 담배를 향 공양이라고 하는 승려문화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웠다. 세속인들이 승려를 존경하고 그들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 하는 것은 승려가 수행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승려들은 본분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2012-05-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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