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꼼수 ‘비키니 인증샷’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사설] 나꼼수 ‘비키니 인증샷’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입력 2012-01-31 00:00
수정 2012-01-3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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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나꼼수의 ‘정봉주 구하기’ 1인 시위 수영복 인증샷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몇몇 여성 지지자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자신의 가슴 부위에 정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을 적은 사진을 올리면서부터다. 나꼼수 멤버들에게 동지적 애정을 보이고 있는 ‘도가니’의 공지영 작가까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꼼수에 사과를 요구한 공 작가의 불편함에 인터넷 공간에서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성들이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 홈페이지에 비키니 인증샷을 올린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비키니 시위도 엄연한 표현의 자유이자 항의 표시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상의를 벗고 모피 반대 시위를 하고, 올해 다보스에서도 반나체로 반(反)자본주의 시위를 한 것 등을 보더라도 여성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드러내며 의사 표시를 한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나꼼수 멤버들의 가슴 시위 이후 발언 및 트위터에 올린 내용들이다. 한 멤버는 “정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길 바란다.”고 했고, 다른 멤버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했다. 나꼼수의 수영복 사진 유도는 ‘씨바 졸라’ 등 언어 일탈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명백한 성희롱이다. 대중적 인기에 도취해 자신들은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는 듯한 오만이 짙게 배어 나오는 행태다.

나꼼수는 간단치 않은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점에서 폭넓은 인기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자극적인 표현은 순간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생명력은 길지 않다. 인기에 취해 어느새 자신이 비판하던 권력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나꼼수의 비키니 시위 인증샷은 누가 뭐래도 너무 나간 것이다.

2012-01-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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