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작 박카스 슈퍼서 팔자고 이리 싸웠나

[사설] 고작 박카스 슈퍼서 팔자고 이리 싸웠나

입력 2011-06-17 00:00
수정 2011-06-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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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그제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에 박카스와 까스명수 등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반의약품 44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들 의약외품은 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이 아닌 만큼 이르면 8월부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판매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약사회 등 이해당사자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 편의라는 측면에서 의약외품 논의의 물꼬를 턴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년여에 걸친 치열한 공방 끝에 나온 결실이 기껏 박카스 정도의 약국외 판매냐는 현실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44개 품목 중 23개 품목은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몇년 전부터 생산이 중단된 ‘허수’(虛數)라지 않는가.

지금까지 국민의 편의보다는 건강권으로 포장된, 약사들의 밥그릇이 우선된 정책이 지속된 이면에는 약사들을 옭매는 수단으로 약국외 판매를 활용해온 복지부 공무원들의 행정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도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서면지시가 떨어지기 전까지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복지부는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타성에서 벗어나 국민을 중심에 둔 행정을 펼쳐야 한다. 약사들은 심야·휴일에 약국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보다 오·남용에 따른 국민 건강권 훼손이 더 심각한 듯이 주장하지만 약물 남용을 부추긴 것은 의사의 과도한 처방전과 약사의 과다 구매 권유였다는 사실이 의약분업 이후 각종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복지부는 약국외 판매가 가능한 의약품 유형을 추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의료계와 약사계의 압력에 휘둘려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 절대 다수인 국민은 냉철히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2011-06-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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