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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냉엄한 실리외교 일깨운 미·중 정상회담

[사설] 냉엄한 실리외교 일깨운 미·중 정상회담

입력 2011-01-21 00:00
업데이트 2011-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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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어제 끝났다. 양국 정상은 워싱턴에서 웃음을 머금고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공식회담에 들어가서는 자국의 실리를 철저하게 추구하면서 상대의 약점까지 파고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지도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후 주석은 이를 외면하면서 상호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미·중 정상회담은 냉엄한 실리외교가 무엇인지 일깨워 주었다.

미·중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정치적 타협에 그쳤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추가 도발은 없어야 한다. 건설적인 남북대화는 필수다.”면서 ‘선(先)남북대화, 후(後)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남북이 직접대화를 통해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만들고 길을 닦으라는 원론적인 메시지를 던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프로세스로 돌아가자는 방향만 제시한 것이다.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미·중 정상은 한반도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외교적 이해 절충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도 예사롭지 않다. 다음 주중 남북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남과 북을 대화의 장으로 떼밀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를 주문하고도 진전이 없을 경우에는 자신들이 설정한 로드맵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 해법에 우리가 소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해법을 찾기 위해 북한과 직접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이 직접 나서야 할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중국에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고 차순위일 뿐이란 게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남북이 대화 제스처만 주고 받을 때는 아닌 것 같다. 원칙을 지키면서 대화를 성사시키려 해야 한다. 떼밀려서 대화를 하는 척하다가는 한반도 논의의 주도권이 당사자들의 손을 떠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외교당국은 뜨거워질 한반도 주변 외교전에 긴장하고 임해야 한다. 미·중 공동성명 문안 자체보다도 양국이 테이블 밑에서 주고 받은 진짜 얘기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2011-0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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