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지한 세종시 토론 위한 언론 책무 크다

[사설] 진지한 세종시 토론 위한 언론 책무 크다

입력 2010-02-12 00:00
수정 2010-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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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주고 받은 ‘강도론’ 공방은 과연 대한민국의 정치와 언론이 세종시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낼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다시금 묻게 만든다.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하던 싸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다.”(이 대통령) “그럼 집안에 있는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박 전 대표)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이 대통령) “일 잘하는 사람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박 전 대표) 언론매체들이 따로 떼어 나란히 세운 이 발언들만 놓고 보면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박 전 대표가 정면으로 치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언 장소와 시점, 발언의 취지를 되짚어 보면 정황은 달라진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9일 오전 충청북도 업무보고에서 나왔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이튿날 언론보도 등을 통해 관련소식을 접한 뒤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반박했다. 시간과 장소가 달랐고, 이 시공(時空)의 간극을 언론 보도와 기자들의 질문이 메웠다. 현장에서 이 대통령 발언을 직접 들은 한나라당 송광호 최고위원에 따르면 얘기는 더 달라진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일 잘하는 자치단체장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언론 보도가 윤색(潤色)됐다는 것이다. ‘강도론’ 역시 2007년 대선 때부터 이 대통령이 사회 통합을 강조하며 줄곧 해왔던 원론적 언급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와 여권 지도급 인사의 발언은 그 누구의 것에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하다. 그런 만큼 한마디 한마디에 심사(深思)와 원려(遠慮)가 담겨야 한다. 또한 이를 전하는 언론 보도 역시 그 무엇보다 정확해야 하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사과 요구로까지 치달은 ‘강도론’ 공방의 이면에 골 깊은 양측의 감정적 대립과 세종시 및 향후 정국 지형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언론 또한 이 시점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본다. 세종시 논란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그저 각 정파의 날 선 공방을 중계하는 경마식 보도를 통해 정파 간 대립을 부추기고 증폭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세종시 문제의 본질을 다시금 자문해 볼 지점에 다다랐다.

2010-02-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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