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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 세상 추임새] 첫 단추를 바로 끼워라

[박명재 세상 추임새] 첫 단추를 바로 끼워라

입력 2011-01-13 00:00
업데이트 2011-01-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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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를 바로 끼워라. 그러지 않으면 마지막 단추의 자리가 어렵다. 우리가 흔히 쓰는 스페인 속담이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각오를 지니고 여러 가지 생각들과 결심들을 하게 된다. 새뮤얼 존슨이 “인생은 결코 길지 않다. 그러므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까, 이것저것 생각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물며 한해를 시작하며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계획하고 생각하기에는 1년이란 세월이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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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
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
그래서 올해만큼은 첫 단추를 바로 끼우는 아주 작은 일이면서도 일상적이고 또한 가장 기본적인 이 작업을 잘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맨 먼저 떠올린다. 단추는 몸체를 가리는 옷의 작은 일부분 내지 장신구이지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둘째, 셋째는 물론 옷맵시가 망가져 옷과 그 옷을 입은 사람 전체를 부자연스럽고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에 이런 일이 벌어졌던가. 첫째는 무의식적으로 아무렇게나 무신경하게 단추를 끼우다 이런 일이 생겨난다. 그렇다. 금년 한해는 비록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무신경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생활태도와 의식을 점검하고 고쳐 나갔으면 한다. 특히 우리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혹은 무신경하게 끼운 정책의 단추 하나가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에 얼마나 큰 부담과 주름을 지게 하고 부자유스럽게 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둘째는 지나치게 성급하거나 조급한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진다. 단추 하나를 빨리 끼우려고 서두르다 종내는 단추 전체를 다시 풀어야 하는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한 국가의 크고 작은 정책과 집행들이 끝내는 단추 전체를 해체하는 엄청난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 민주주의가 그토록 중요시하는 절차적 합리성 내지 정당성이 바로 정책결정의 바른 단추 꿰기가 아니겠는가.

셋째,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반드시 다시 풀고 바로잡아야 나중 단추가 그 자리를 찾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번연히 처음 시작, 즉 첫 단추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그 다음 단추부터 어떻게 잘 맞춰 보려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면서 어떤 것은 그 출발과 시작에서부터 분명 잘못된 점이 있는데도 이를 모른 체 후속정책으로 무마하고 덮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축제나 사업, 공기업의 설립 등 처음부터 가능성이나 경제성이 보이지 않는 잘못된 사업과 정책들을 추진해 놓고 이를 바로잡거나 중단하지 않고 분칠과 은폐로 단체장의 임기까지 끌고 가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어디 지방정부뿐이겠는가, 작년 한해 국론분열과 정쟁의 중심이 되었던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남북문제, 특히 얼마 전에 이루어진 종합편성채널 선정도 단추 꿰기 작업에서 본다면 분명 어느 단계에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훗날 역사가 냉정히 평가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과감히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풀어헤치듯 사업과 정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바로잡는 용기와 결단이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잡는 일은 기본(basic)과 원칙(principle)에 충실하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인 롱펠로는 “로키산 언저리의 두 갈래 물이 불과 몇십m 차이로 동과 서로 출발해 흐르지만 나중에는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수천마일의 간격이 생긴다.”라고 하였다.

올 한해 우리 각자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첫 단추를 바로 꿰어야 한다는 초심, 즉 기본과 원칙·절차에 충실하고, 열심히 하되 조급히 서두르지 않는 여유 속에서, 설혹 잘못된 실수와 결정이 있다면 과감히 바로잡아 나가는 결단과 실천으로 우리의 삶과 사회가 반듯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2011-0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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