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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코로나19 백신이 우리를 구해 줄 수 없다면/김미경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코로나19 백신이 우리를 구해 줄 수 없다면/김미경 정책뉴스부장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21-02-04 17:14
업데이트 2021-02-0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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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경제부장
김미경 경제부장
코로나19가 우리를 괴롭힌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매일 마스크를 쓰니 갑갑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워 답답하다. 코로나 블루(우울)와 레드(분노)가 언제부터인가 일상을 지배하는 듯하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코로나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호소했다.

집에서의 혼술로 인한 ‘확찐자’ 스트레스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가족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층간소음 분쟁도 늘었다고 한다. 병원 대기 시간이 길어져 힘들고 지하철·커피숍 등에서 괜히 시비를 걸거나 곱지 않은 말이 오가기도 한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마음’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만 ‘K방역’ 성과만 자랑하다가 병상 부족에 뭇매를 맞고 이미 예견됐던 3차 대유행에 전전긍긍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만 매달리고 있는 방역 당국에게서 ‘심리방역’ 대책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때마침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계획이 발표되면서 백신이 ‘게임 체인저’니 ‘게임 클로저’니 기대가 크다. 백신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백신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우울과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백신은 원래 완벽하지 않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 효과는 60%, 대상포진 백신 효과는 51% 수준이라고 한다. “임상 효과 60~90%대”라며 속전속결로 만들어진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는 이유다. 백신 효과는 특히 변이 바이러스 등에 따라 더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우리는 바이러스 및 백신과 함께 살아야 한다. 코로나21, 22가 독감처럼 해마다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 복지단체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방역키트와 도시락 등을 만들어 양로원·노숙자쉼터 등 취약계층에게 보내고 있다. 선교단체에서 일하는 후배는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마련해 국내외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만났다가 힘이 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역물품을 받고는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을 접하니 코로나 블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필리핀 어린이도 다시 힘을 얻어 회복됐다고 한다. 누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다들 힘든데도 적십자회비와 후원회비가 지난달 말 기준 전년 대비 각각 5.1%, 10.6% 늘었다”며 “우리 국민이 가진 ‘함께 나누고 베푸는 유전자’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코로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온도탑’도 최근 100도를 훌쩍 넘어 114.5도까지 올랐고 지난해 총모금액은 8462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고 한다.

정부는 ‘설맞이 기부 참여 캠페인’을 하면서 올해 기부금의 세액공제율을 한시 상향하겠다고 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가진 게 충분치 않으나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따듯한 마음이 기부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방법도 더 고민했으면 한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19 시대, 코로나 우울과 분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베풀고 배려하는 삶에서 찾을 수 있다. 돌아보면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더 많기에 우울해하거나 화를 내기 전에 ‘베풀고 돕는 유전자’를 가동시켜 보자. 나보다 더 힘든 소외계층에 손을 내밀어 보자. 남을 도우면 나도 힘을 더 얻을 수 있다. 최근 돼지저금통을 깨서 100만원을 기부한 전주 할아버지 가족, 뇌경색 후 술·담배를 줄여 무료급식소에 200만원을 후원한 천안 자영업자, 복지센터에 1500만원을 건넨 부산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처럼 말이다.

chaplin7@seoul.co.kr
2021-02-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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