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어르고 뺨 칠 터인가/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어르고 뺨 칠 터인가/송한수 정책뉴스부 차장

송한수 기자
송한수 기자
입력 2015-04-02 18:02
업데이트 2015-04-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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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북한을 상대하는 방식이 영 글렀어. ‘대화’하자면서 약을 올리면 쓰겠나.”

그제 일처럼 머릿속에 찍혔다. 장관까지 지낸 정객은 이렇게 호통을 쳤다. 통일 정책을 다루는 다른 사람을 겨냥해서다. 또 “한밤 피리 소리로 꼬드기든지 만파식적(萬波息笛)을 불어서라도 평화를 끌어내야 옳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사정이야 어쨌든 북한을 자극하면 상황은 외려 꼬이고 만다는 얘기다. 너른 품으로 대처하기를 주문한 셈이다. 옆에선 박수도 터졌다. 사람 사이에도 마찬가지라며. 암만 잘나가다가도 삐걱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벼랑으로 치달을 땐 어느 한쪽이 참을 일이다. 파국을 꼭 막으려면.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아주 싫은 선생님이 계셨다. 도덕 담당이었다. 못된 체벌방법 때문이다. 가르치는 실력은 차치하고. 귀를 잡아당기며 뺨 때리기는 차라리 점잖다. 친구끼리 서로 따귀를 치도록 했다. 봐주며 살짝 치면 시범도 보이셨다. 더러 마룻바닥에 고꾸라지곤 했다. 거꾸로 세게 때려도 문제가 생긴다. 우정에 생채기를 남기니 말이다. 어리니 그럴 법하다. 하긴 이러한 체벌이야말로 적대감을 이용한 게 아닌가. 선생님의 시커먼 속셈은 끝내 성공한 꼴이다.

올해 지방자치 20돌이다. 모두가 “이젠 성인”이라며 치켜세운다. 그러나 “과연 어른 대접을 하느냐”는 물음엔 고개를 젓는다. 더 어른인 중앙정부가 아직도 은연중 ‘갑질’을 한다는 생각 탓이다. 민간기업에서 일하다 2011년 자리를 옮긴 행정자치부 김모(52)씨는 “공무원 개개인을 보면, 특히 밖에선 전혀 그렇게 여기지 않는데 여전히 옛 내무부처럼 권력을 좌지우지한다는 어긋난 자부심에 들떠 있다”고 비꼬았다.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을 입히면 이상하게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국가직 공무원들은 지방자치단체 역량을 첫손에 꼽았다. 반면 지방직 공무원들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중앙-지방 사이에 협력이 되느냐는 질문을 놓고 국가직 공무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반면, 지방직 공무원과 시민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불신의 골이 자못 깊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말 잘 들으면 사탕 한 알 더 주마” 하고 달랠 게 아니다. 정부는 되돌아봐야 한다. 지방 발전이 곧 국가 발전이라며, 그래서 소통하자며 한편으론 윽박지르는 게 아닌지. 예산 등 권한을 쥔 쪽이기 때문이다.

‘갑질’ 하는 것과 ‘갑 위치’라는 것은 다르다. ‘형님’이라 할 정부가 ‘아우’인 지방을 보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사람으로 치면 요즘 스무 살은 다 자랐을 나이다. 간섭을 받는다는 인상을 심으면 무관심만도 못하다. 지방자치법학자의 말은 심각하다. “지방자치제 20돌이지만 이렇게 내팽개친 데 대해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까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상대방을 걷잡으려 덤비면 곤란하다. 이것 또한 형님 생각만으로 다 자란 아우를 어린애 대하듯 하는 데서 비롯된다. 과거 정부는 책상에서 그러려니 연필만 굴렸다. 지방은 여전히 중앙에 대해 불만으로 충만하다. ‘적’에게도 박수를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아니,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onekor@seoul.co.kr
2015-04-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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