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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노란 분노’/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노란 분노’/송한수 사회2부 부장급

입력 2014-05-23 00:00
업데이트 201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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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송한수 부국장 겸 사회2부장
“쇼하네, ×××들.”

2002년 6월 25일. 월드컵 경기장 관람석에서입니다. 상대는 ‘금배지’들이었죠. 김대중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밀물처럼 몰립니다. 근데 금세 썰물처럼 싹 빠집니다. 또 ‘눈도장’만 찍습니다. 관중들은 손가락질을 했지요. “우린 표 사려고 몇 달씩 헤맸는데….”

“×××, 쇼를 해라.”

2014년 3월 4일. 이번엔 목욕탕에서 툭 불거졌습니다. 아저씨는 TV를 겨냥했고. 삿대질까지 마구 해댔죠. 화면엔 학교 배식 장면이 비쳤습니다. 선거에 나선 사람입니다. 목욕탕 주인은 다시 들입다 쏘아붙입니다. “그나마 끝까지 있으면 말도 하지 않아. 사진만 찍으면서 도대체….”

볼썽사나운 일은 그치지 않습니다.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빠뜨린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그렇습니다. 사고 이틀 뒤인 4월 18일, 뜬금없는 이들이 통한의 여수 앞바다로 내달립니다. 사람들은 뻔하다고 이죽댑니다.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들이밀 요량이라며. 제발 가면을 벗으라며. 국민을 섬기겠다던 약속은 어디에 뒀느냐며. 유족들은 외칩니다. 차라리 나라를 떠나고 싶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며. 바로 당신처럼. 참 뼈아픕니다. 아니 죽고 싶다는 얘기를 뛰어넘지요. 우리와 한 하늘 아래 숨쉬기를 비관한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리본 물결이 출렁입니다. 노란색이란 무얼 상징합니까. 희망이죠. 눈에 잘 띄는 색깔이어서 안전과도 통한답니다. 노란 리본은 말합니다. 움찔하는 우리들에게 속삭입니다. 파도처럼. 한풀 꺾인 희망 속에서도 또 다른 희망을 꿈꿔야 한다고. 주저앉지 말고 서로 일으켜 세우자고. 그런데 숱한 생명을 저버린 해경을 나무란다고 외려 반정부주의, 빨갱이 운운합니다.

당신이 스러진 지 꼭 다섯 돌. 오늘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먼저 힘없는 이들을 다시 떠올립니다. 소수자, 이른바 마이너리티(minority)입니다. 권위만 늘 내세우는 이들이 권력을 꿰찬 이상, 소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릴 뿐입니다. 세월호에서 숨진 아이들, 이민자도 매한가지이지요. 유족들은 또 어떤가요. 하나 더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살률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아마 벌써 9년째라죠. 죽어가는 몸뚱이에 돌덩이를 얹은 꼴입니다. 사회가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다른 이의 숨통을 끊어야만 살인이 아니듯. 되묻습니다. ‘자살 권하는 사회’라면 지나칠까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때론 이런 말로 마음을 달래던가요.

무엇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길 게 떠오릅니다. 노란색은 치유를 뜻한답니다. 빨강과 초록빛을 섞은 것이죠. 다시 말해 빨강 파동의 자극 효과와 초록 파동의 회복 효과가 혼합됐답니다. 따라서 노랑은 기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냅니다. 노란 리본이 남긴 교훈을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되, 국민들을 절망시키지 않도록 각 방면의 지도자들이 한층 애써야 합니다. 사람이 곧 희망인 세상을 일구자는 뜻입니다. 돈이 아니라. 가식을 훌훌 벗어던지고 볼 일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생명존중 운동을 벌이고 정책에 애쓰는 서울 몇몇 자치구를 응원합니다. 이는 시대의 사명입니다. 나,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버려두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다르지 않은 까닭입니다.

onekor@seoul.co.kr
2014-05-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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